(사진 송파구 제공)
서울, 이곳 송파책박물관
석촌골목시장 내 해누리초등학교 옆. 상아색 직육면체 건물이 들어서 있다. 올록볼록한 옆면이 시선을 끈다. 바로 송파책박물관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책을 주제로 설립된 공립박물관이다. 국립춘천박물관 등 다수의 박물관을 설계한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공순구 교수가 박물관의 목적과 방향을 담아서 ‘책장 속에 꽂혀 있는 책’들을 형상화했다.
처음부터 설립 목적과 방향이 명료했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 2014년 말부터 많은 조사와 준비를 거쳤다. 또한 전시 큐레이터부터 서지학 전문가, 공예·회화·한국 문화 연구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에게 1년 이상 자문했다. 2015년에는 송파구 내에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2016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공립박물관 건립 지원 사전평가 심사를 통과해 2017년 7월 첫 삽을 떴다. 그 결과 2019년 4월23일에 송파책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연면적 6천㎡(약 1815평)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 송파책박물관에는 하루 평균 900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지역 주민 반응이 뜨겁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1층에는 세계명작 동화를 즐거운 상상과 다양한 감각으로 새롭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어린이 책 체험전시실인 ‘북키움’이 있다. ‘나는 동화마을에 살아요’란 주제로 만 3~5살의 취학 전 아동을 동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자신도 모르게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춤추는 빨간 구두> <잭과 콩나무> 등 7개 친숙한 동화책의 한 페이지로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다만 사전 예약이 필수다. 한 회당 70명, 하루 3회 총 210명가량이 예약을 통해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2층에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등이 있다. 상설전시실은 ‘책과 독서문화’라는 주제 아래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아울렀다. 1부 향유: 선현들이 전하는 책 읽는 즐거움, 2부 소통: 세대가 함께 책으로 소통하는 즐거움, 3부 창조: 또 하나의 세상 책을 만드는 즐거움 등으로 구성됐다. 기획전시실에서는 6월12일까지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둘러볼 수 있다. 근현대의 노래책을 토대로 많은 사람의 이야기와 경험을 담은 한국 대중음악 100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6가지 섹션을 통해 광복 이전부터 현재까지 아우른다. 1964년 이미자가 부른 ‘동백아가씨’의 음반은 물론, 대학가요제 음반, 방탄소년단(BTS)이 표지를 장식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송파책박물관에는 1940년대 컬러만화와 1950년대 발행된 점자성경책, 6·25전쟁 때 발행된 교과서, 1960년대 발행된 <선데이 서울> 등 다수의 희귀 자료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지하 1층의 ‘보이는 수장고’가 그곳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간혹 볼 수 있지만, 고서나 근현대 귀중본을 공개해 놓은 곳은 드물다. 박물관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책 유물’에 대한 공간의 필요성도 있어 이를 반영했다.
물론 송파책박물관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 1만 권을 구비했다. 책을 빌려 갈 수는 없지만 동시대의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독서 문화 서적 등을 수집해 열람 서비스를 제공한다. 송파책박물관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어울림홀에서 누구나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자유로운 공간이다. 폭 8m짜리 계단 겸 의자가 두 층에 걸쳐 설치됐다. 기댈 수도 있고 앉을 수도 있다. 곳곳에 포켓형 독서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독서 코너가 준비됐다.
송파책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한겨레신문. 정혜아 송파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0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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