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망원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작업책방 씀’이 주최하는 ‘작가의 책상’ 전시에 참여한 김신지 작가. 김신지 작가 제공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출간한 김신지 작가
“시간이 쌓이면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어요.”
최근 에세이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출간한 김신지(37) 작가를 지난달 20일 서울 망원동에서 만났다. 지난 10년여간 잡지 에디터로 글을 써왔고, 현재는 뉴스레터 서비스 캐릿(Careet)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기록을 시작하게 된 건 하루를 소중하게 쓰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여행지에서는 하루를 촘촘히 쓰고 소중히 여기는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모레인 것처럼 시간을 보내잖아요. 매일매일을 기록하다 보니 여행지에서처럼 하루를 소중히 여기게 되고 좋은 마무리를 지으려 노력하게 됐어요."
기록은 삶의 어디에서 힘을 주고 빼야 할지 알려주기도 한단다. 그는 "내 기준에서 중요한 순간을 선별해 기록하다 보면, 자신과 친해지게 된다"며 "내가 어떤 순간을 좋아하는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기록 덕후인 저자는 책에 20개가 넘는 기록법을 소개했다. 각 장이 끝나는 지점에 독자가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기도 했다. 독자들도 기록을 시작해 보라고 만든 공간이다. 그는 “매일 기록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편한 방식을 찾아 일단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기록하는 방법 중에서 ‘서랍 분류법’을 추천했다. 메모들을 ‘행복’, ‘가족’, ‘책’ 등과 같이 카테고리를 나눠 분류하는 방식이다. “메모가 한 알 한 알의 구슬이라면, 기록은 그 구슬을 꿰는 일이에요. 수천 개 메모와 수백 개 사진을 일일이 다시 들여다볼 일은 사실 없잖아요. 하나의 테마를 잡고 서랍에 계속 넣어둔다면 그게 곧 기록이 됩니다.”
김 작가는 자신이 운영하는 뉴스레터 서비스 ‘캐릿’도 기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캐릿은 Z세대라고 불리는 10·20대 젊은 친구들이 뭘 좋아하고 그걸 왜 좋아하는지를 분석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하는지 하나의 시대상을 기록하는 매체입니다.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와 다르게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제가 하는 메모가 사적인 기록이라면 캐릿은 공적인 기록인 셈이에요.”
습관이 된 기록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줬다. 바로 불안감 해소다. “과거가 뭉텅이로 뭉쳐져 있을 때는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어요. 더 낫게 사는 법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매일매일 나한테 소중한 것들을 잘 간직하고, 그것을 모으다 보니 제 인생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죠.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
또 다른 변화로 김 작가는 ‘제철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고 한다. “기록이 쌓이다 보니 내가 어떤 시기에 무엇을 하면 제일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요. 제철 음식이 있는 것처럼 제철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거죠. 예를 들면 4월에 새순이 돋는 봄나무가 너무 예뻐서 산이 보이는 카페를 매년 찾아가요.”
한국일보. 노지운 인턴기자, 채지선 기자.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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