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3-15 09:56
[커버스토리]머물 수 없어 비로소 알았다, 도서관이 우리 삶에서 무엇인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13060003… [746]

(사진2) 폐관 시간 즈음 기우는 해도, 책상과 의자와 탁상조명도 그대로인데 사람만 사라졌다. ‘가장 빨리 채워지는 자리’였던 국회도서관 5층 정기간행물실 창가의 1인석들이 지난 10일 모두 비워진 채 석양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시민들에게 문을 닫은 지 107일째 되던 날이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사진3) 이용자들로 늘 북적이던 1층 중앙홀이 텅 비었다. 강윤중 기자
(사진4) 박재형 사서가 지하 3층 서고를 점검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사진5) 휴관 중이라도 새 책은 들어오고, 직원들의 손은 분주히 움직인다. 강윤중 기자



머물지 못하는 공간이 되니 보이는 것들


■텅 빈 의자들, 도서관의 미래를 묻다


코로나19 사태로 휴관 중인 도서관을 걷는 것은 구석구석의 의자 더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지난 8일 찾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은 100일 넘게 임시휴관 중이었다. 휴관과 개관을 반복하다 지난해 11월 다시 휴관했다. 의자들은 차례로 사라졌다. 치워진 의자는 기둥 뒤, 지하 통로, 사무실 한쪽, 자료실 내부의 작은 방에 쌓였다. 남은 의자들에는 종일 누구도 앉지 않았다. 책이 빼곡한 서가 앞 빈 의자들이 거리 두기를 하고 있었다.

5층 정기간행물실 창가의 빈 의자는 도서관 개관 시간을 기다리며 미리 줄을 섰다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열람자들의 자리였다. 넓은 책상의 빈 의자에는 자료를 찾는 연구자와 창작자, 취업준비생들이 머물렀다. 3층 인문·자연과학자료실의 구석 자리는 서가에서 라틴어 사전을 꺼내와 공부하는 노인이 즐겨 찾던 곳이다. 그 곁에 시집과 소설 등을 읽고 가는 열람자들이 앉곤 했다. 북콘서트 등이 열리던 1층 중앙홀의 의자들도 여지없이 옮겨져 사무실에 쌓였다.

한쪽에 쌓인 빈 의자들은 중요한 존재의 부재를 드러냈다. 도서관의 3대 구성요소(자료·시설·인력)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이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이용자들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책은 남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소리는 사라졌다. 책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 소리는 줄었고, 이용한 책을 두고 가는 북트럭(책수레)이 비었다. 그럼에도 도서관은 계속 움직인다. 사람들은 디지털 원문으로 자료를 찾고, 사서들은 여전히 새 책을 채워넣고 서고를 관리하며 이용자를 기다린다. 일부 문을 연 공공도서관들은 방역수칙을 지키면서도, 도서관을 통해 서로가 일상을 지킬 힘을 주고받는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한다.

‘도서관 사람들’은 도서관을 각자가 품고 온 질문을 풀어주는 곳이자, 질문을 발견하게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좋은 질문을 발전시키고 나쁜 질문을 버리게 하는 곳, 질문을 실천으로 바꾸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질문을 보탰다. 세계 곳곳의 도서관들이 휴관과 개관을 반복하는 동안, 도서관 자체가 질문이 됐다. 도서관은 어떤 곳이었고, 어떤 곳이어야만 하나. 도서관을 직접 찾지 않아도 디지털 원문을 볼 수 있다면,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은 어떤 의미가 있나. 무엇을 나누는 곳이어야 하는가.

질문들을 품고 여전한, 그리고 바뀐 도서관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의회도서관, 1998년 시민들에게 개방
100만명 찾던 곳인데 작년엔 13만명만
비대면 자료 이용은 60% 이상 늘어

코로나19 사태 이전 국회도서관의 하루는 ‘자리쟁탈전’으로 시작했다. 오전 9시 개관을 기다리며 줄 서던 열람자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앉고 싶은 자리를 찾아 잰걸음으로 이동했다. 가장 인기 많은 자리는 국회의사당과 한강이 내다보이는 5층과 3층 자료실의 창가자리, 그리고 디지털정보센터다. 1층 중앙홀 대출대의 사서들은 쏟아져 들어오는 열람자들을 보며 하루의 시작을 실감했고, 3층 자료실의 사서는 계단을 숨차게 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도서관의 역동성을 느꼈다. 임시휴관으로 이런 풍경은 사라졌다.

실은 국회도서관이 완전히 문을 닫은 적은 없다. 의회도서관으로서 국회의원과 국회 직원들에겐 방문 대출을 허용했다. 지난 4일부터는 이들을 대상으로 그간 닫혔던 자료실 열람석을 열었다. 일반 시민들에겐 국내 도서관 중에서도 가장 오래 문을 닫아둔 편이다. 지금은 개관한 도서관이 많지만, 잠시 휴관해야 했던 것은 모든 도서관이 공유한 경험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도서관 사람들과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했던 시간이 여전히 국회도서관에 남아 흐르고 있다.


■달라진, 그리고 여전한 하루


국회도서관 지하 서고는 이용자와 대면하지 않는 자리이지만, 변화는 이곳에도 왔다. 지하 3층 서고에서 일하는 20년차 박재형 사서는 하루를 시작하던 ‘알람’이 꺼진 기분이다. 원래는 오전 9시가 되면 지하 3층 서고 사무실의 출력기에서 ‘윙~’하는 소리와 함께 이용자가 신청한 책의 청구기호가 전달됐다. 동료 사서와 농담으로 “손님 오셨다!”라고 외치고는 해당 서고에서 책을 찾아 컨베이어벨트에 실어 지상으로 올려보냈다. 최근 2년 자료는 열람실에서 이용자가 자유롭게 둘러보지만, 그 이전 자료는 지하 서고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의 도서 신청이 막히면서 매일 서고를 찾는 횟수가 30~40차례에서 7~8차례 정도로 줄었다고 또 다른 서고 담당자는 말했다.

국회도서관에는 지하서고에서부터 지상의 대출대와 각 자료실로 연결된 컨베이어가 설치돼있다. 지난 8일 둘러본 도서관 곳곳의 컨베이어는 대부분 움직이지 않았다. 1층 대출대 전광판에 뜨는 도서 신청자 이름도 대폭 줄었다. 2019년 여름, 직원들이 사진까지 찍어 기록할 정도로 붐볐던 중앙홀은 적막해졌다. 대출대에서 근무하는 곽유진 사서는 “북 큐레이션과 전시,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라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면서 “이곳이 텅 빈 모습을 보면 공공을 위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체감이 아무래도 덜하긴 하다”고 말했다.

변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019년 100만9500명이던 일반 방문 이용자가 지난해에는 13만8859명으로 줄었다. 전년 대비 13.8% 수준이다. 대신 같은 기간 ‘비대면’ 자료이용 건수가 대폭 늘었다. 전자도서관 접속건수가 5036만건으로 전년(3122만건) 대비 61% 증가했고, 우편복사를 신청하는 건수도 월평균 319건으로 전년(127건)보다 늘었다.

국회도서관의 일반개방은 지난 한 해 동안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지난해 2~7월 임시휴관한 뒤, 사전예약제로 잠시 열었다가 8월 중순 다시 문을 닫았다. 그해 10월 말, 사전예약제로 개관했지만 11월24일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휴관 여부는 국회 코로나19재난대책본부에서 결정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보다 더 강한 수준의 방역 방침이 적용된다. 국회 코로나19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매일 상주 인력이 수천명에 달하는 데다 입법과 의정활동을 맡고 있기 때문에 중단 없는 국정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도서관에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국회 코로나19대책 2단계 대책을 오는 21일까지 연장 적용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임시휴관도 일단 이 시점까지 연장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도서관의 어떤 일상은 계속된다. 매일 도착하는 새 책에는 각각의 청구기호가 만들어지고, 서명과 저자 등의 정보를 넣은 목록이 생성된다. 1층 자료조직과 한쪽에선 “도서관계에서 제일 손이 빠를 것”이라고 동료들이 말하는 직원이 부지런히 새 책에 청구기호 라벨을 붙이고 도장을 찍고 있다. 하루 평균 책 464권이 이렇게 새 번호를 부여받고, 자료실에 배치된다. “코로나19와 무관하게 매일 계속되는 일입니다. 단 한 권이라도 이곳에만 있는 책을 찾아 오는 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굳이 변화를 꼽자면 ‘이 책을 누군가 바로 펼쳐보겠구나’하는 생각은 덜하게 되죠.”(자료조직과 관계자)

이용자가 줄어든 시기를 이용해 장서를 점검하고, 전광판을 교체하고, 공간 곳곳을 리모델링했다. 서고의 오래된 책들을 일정량씩 소독해 책벌레와 곰팡이균을 없애는 작업도 계속되는 일상이다.


■‘오픈런’하던 이용자들은 어디로


시각장애인실 이용자·공부하던 노인
그들의 존재에서 도서관 역할 떠올려
온라인 이용, ‘디지털 약자’ 고민도

국회도서관이 닫힌 사이 이용자들은 흩어졌다. 몇몇은 사전예약제로 문을 연 국립중앙도서관과 지역 공공도서관들을 찾고 있다.

프랑스 리옹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는 송흔주씨(33)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 취재차 3개월 전 귀국했다. 1980~1990년대 태아 성감별로 임신중단(낙태)된 여아들, 임신중단 경험자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려 한다. 국회도서관을 찾아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려 했지만, 휴관 중이라 방문길이 막혔다. “인터넷 공개가 된다 해도 전체 자료는 아니니, 해외에서는 한계가 있어요. 큰 도서관에 가서 촬영과 자료검색을 병행하려고 했는데 아쉽죠.” 사전예약제로 문을 연 국립중앙도서관은 2~3분 만에 예약이 마감되는 상황이다. 그는 예약 경쟁이 너무 치열해 “(인기 공연) 티케팅을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예약에 성공해 3~4차례 방문할 수 있었지만 충분하진 않았다. 다음달 출국하기 전까지 시간이 빠듯해 초조해지곤 한다.

송씨는 도서관은 창작자에게 “광산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찾던 책 옆의 책, 주변의 책을 보면서 (시야가) 넓어지게 돼요. 같이 묶인 자료들을 훑다가 생각지 못한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광산을 파다가 금을 만나기도 하고, 구리나 망간이 나오기도 하듯이 확장의 경험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서들은 ‘여기를 파보세요’라고 조언해주는 이들이고요. 출국 전 방문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요.”

이용자들이 국회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회도서관은 1952년 의회도서관으로 시작해 1998년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현재는 의회 관계자 못지않게 연구자 등 일반시민 이용이 활발하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국내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도서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납본도서관인 데다 지난해 장서 700만권을 넘겨 ‘웬만한 책’들은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대학의 석·박사 학위논문도 이곳에 모인다. 지하 3층 학위논문 서고에 보관된 2021년 이전 논문만 177만2566책이다. 누군가는 연구를 위해, 누군가는 저술 등 창작 활동을 위해 국회도서관을 찾아 머물렀다. 도서관 구내식당과 휴게공간, 주변 산책로를 오가며 장시간 머무는 ‘은퇴층’의 방문도 잦았다. 장애인을 위한 열람보조기기와 공간이 마련된 점도 도서관을 찾는 발걸음을 늘렸다.

곽 사서는 시각장애인실을 자주 찾던 이용자 이야기를 꺼냈다. “부분개관을 했을 때도 밀폐공간이라 열지 못하다가, ‘최대 2인 마스크 착용’ 방역 조건을 두고 열었거든요. 당시 굉장히 좋아하며 이용하신 게 기억납니다. 책과 함께 녹음장비 등 각종 기기를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 지금은 또 문이 닫혀있으니 어떻게 하고 계실까 생각이 나요.”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하던 몇몇은 도서관 바깥을 맴돌고 있다. 인문·자연과학자료실 주순옥 사서는 국회도서관 바깥에서 늘 자료실을 방문하던 이용자를 만난 기억을 떠올렸다. 라틴어를 공부하는 80대 노인이다. 도서관 휴관 중에도 생수와 먹거리를 들고 근처 정자에 앉았다 가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매일 오시던 열람자들이 지금 어디에서 어떤 자료를 이용하고 계실까. 그냥 방에 머무시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따금 들어요. ‘언제든 누구든 이용하고 가고 싶은 도서관’의 모습으로, 어서 대면해서 반갑게 맞이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도서관의 역할과 미래


많은 도서관이 문을 닫은 시기는 역설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생각하게 했다.

송씨는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뉴욕 공공도서관과 분관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강연과 모임 등을 보여주며 공동체 내 도서관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단지 책을 보관하거나 읽는 곳이 아니라, 교육과 교류가 일어나는 ‘모두의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생각하게 됩니다.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갈 곳이 없을 때 머물든 공동체 안에서 안전함을 누리는 공간이잖아요. 대다수가 넓은 공간에서 살거나 공원을 누릴 환경이 안 되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문화로 채워진 넓은 공간을 모두가 공유한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비어버린 도서관 풍경을 보면 좀 슬퍼집니다.”

시민들이 머물다 가지 못하는 시간은 또한 ‘물리적 공간’으로서 도서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많은 것이 디지털화하는 동안 도서관계가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문제이기도 하다.

주 사서는 1989년부터 국회도서관을 지키며 변화상을 체감했다. 자료검색 PC가 없던 시절엔 사서들에게 정보검색을 문의하는 줄이 1층에 길게 늘어섰다. “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부족했던” 때다.

‘선친이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기록을 찾을 수 있느냐’는 문의에 어렵게 자료를 찾아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게 한 일 등 뿌듯한 기억도 많다. 디지털 검색이 활성화하면서 이용자와 대화하는 일은 줄어든 편이다. 그래도 ‘디지털 약자’를 위한 서비스가 계속 병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보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지금도 전화로 ‘이 책 있느냐’는 문의를 합니다. 모두를 아우르는 도서관이 되도록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유지하면서 미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서관 사람들은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한다고 해도 도서관이 텅 빌 것 같진 않다”고 말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목표한 책 너머의 사유’가 이뤄져 온 도서관을 돌아보면서, ‘창작과 공유의 공간’으로 발전해가는 미래를 바라본다. “인공지능이 질문에 바로 해답을 줄 순 있지만, 목적을 떠나 서가를 ‘브라우징’(둘러보기)하면서 얻는 사유와 지적 쾌감이 완전히 대체될 거라고 보진 않아요. 저 역시 서가 전체를 보며 여유로움과 만족감을 얻은 적이 많고요. 미래에는 3D 프린터처럼 정보기기를 대여하면서 연구하고 창작하는 공간, 토론 공간으로의 역할이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하고요.”(곽 사서)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한 해는 ‘공간이 주는 가치’를 재발견한 시기라고 했다.

“도서관이 닫힌 시간은 역설적으로 도서관이 단지 정보만 얻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의 지식 공유와 교류가 이뤄지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돼 변화해가더라도 공공도서관이 사유와 사상을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특성이 더 강화될 겁니다.”


■이 책이 위로가 되길


사서들은 각자 불안했던 한 해를 통과하면서 마음에 담고 기대어온 책을 추천했다. 심리학 도서들이 모인 150번대 서가를 즐겨 찾는다는 주 사서는 루이스 헤이의 <미러 :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의 시간>을 꼽았다. 주 사서는 “거울 속의 나에게 말을 거는 순간부터 삶이 바뀌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책”이라면서 “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긍정적인 암시를 반복하고 스스로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곽 사서는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꼽았다. 인생을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고,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파고드는 책이다.

“철학서이지만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힙니다. 현대인들에게 불안은 당연한 존재인데, 왜 불안한가를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 원인을 분석하는 면이 흥미롭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모든 게 급변하고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잖아요. 불안이 급속히 퍼지기 쉬운 때인 만큼, 차분히 그 원인을 알고 줄여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박 사서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는 공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데 인색한 사회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유정인 기자. 2021.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