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 2021년 3월 말 개관 2주년을 맞이한 서울책보고는 ‘책벌레‘를 형상화한 독특한 모양의 철제 원형 서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명소가 됐다.
(사진 아래) 이정수 서울도서관장
국내 최초의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가 지난 3월 말 개관 2주년을 맞이했다. 서울책보고는 수년간 비어 있던 신천유수지 내 물류창고가 책을 매개로 한 보물창고로 변신한 획기적인 사업이다.
공공헌책방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사라져가는 서울의 헌책방을 살리고, 시민들에게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책의 가치를 알리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 누군가에게 쓸모없어진 헌책이 보물이 되는 가치의 공간, 지식과 재능을 함께하는 나눔의 공간, 문화를 즐기는 향유의 공간, 과거로부터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경험의 공간이 되도록 조성했다.
개관 초기 25개 헌책방이 참여해 13만 권의 헌책을 비치했고, 1만여 권의 명사 기증도서, 2700여 권의 독립출판물까지 수집했다. 또한 북콘서트, 시민 참여 북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이곳을 방문했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이 줄을 이었다. 2020년 코로나19로 장기 휴관한 탓에 운영일수가 143일에 불과했음에도 2년간 약 36만 명이 방문하여 27만여 권의 헌책을 팔았고, 300회가 넘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서울책보고의 인기에는 책벌레가 지나간 모양을 형상화한 독특한 철제 원형 서가가 크게 한몫했다. 방문객이 서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명소가 됐으며, 영화 촬영이나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열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었다. 서울책보고를 찾는 시민의 42%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25%는 가족이나 친구 등을 통해 서울책보고를 알게 됐다고 할 만큼 SNS와 입소문 영향이 컸다.
호평받았던 2019년에 비해 2020년은 코로나19로 서울책보고도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헌책방을 도와야 하는 역할을 멈출 수 없었다. 입점 헌책방을 6개 더 늘리고, 헌책 판매 방법을 개선했다.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택배 서비스를 거쳐 ‘온라인 헌책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책의 서명을 모른 채 간단한 설명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블라인드 ‘랜덤박스’, 태어난 해에 출간된 책을 살 수 있는 ‘생년문고’ 등은 서울책보고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시민을 위한 비대면 책문화 프로그램도 꾸준히 선보였다.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 북튜브와 함께 책을 소개하는 ‘어디서든 책보고’, 서울책보고만이 소장한 희귀 도서를 소개하는 ‘오직, 서울책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시민 응원 프로젝트 ‘힘내고, 책보고’ 등을 추진했다. 덕분에 헌책을 한곳에 모아놓은 시스템과 절판본이나 희귀본을 볼 수 있는 등의 특색있는 북 큐레이션에 대한 시민 만족도가 더 향상됐다.
이제 서울책보고는 개관 3년차에 접어들었다. 시민들의 사랑에 안주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더 편리하게 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헌책 큐레이션 문고 서비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또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시민들에게 책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랜선 북콘서트, 희망 라디오를 통한 헌책 추억여행, 금요 북클럽, 줌인 문화강좌 등 집에서도 다채롭게 책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시민 투표로 선정된 새로운 외관 등을 통해 서울시민에게 더 사랑받는 서울책보고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독서인구가 감소하고, 도서관 나들이도 쉽지 않은 요즘이다. 서울책보고는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시민을 책으로 도닥이고 꿈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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