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2-07 16:10
[기고] 경제력에 걸맞은 국립도서관이 필요하다
   https://www.khan.co.kr/opinion/contribution/article/202202030300085 [465]
건축물의 유형으로서 지식과 정보의 장소인 도서관은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디지털화된 자료의 도입은 종이와 잉크의 대상으로서 책의 미래, 그리고 전통적인 도서관의 의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사회현상 속에서 도서관은 학습센터, 정보센터, 러닝커먼스, 미디어테크, 컬처 하우스, 커뮤니티센터, 아이디어 스토어와 같은 다원적 유형의 새로운 이름으로 확대되고 대체되었다. 이처럼 도서관은 새롭고 다양한 경험의 장소로 변하면서 사회적으로 그 위상을 유지하고 미래를 확보하게 되었다.

21세기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은 도서관의 운영과 구축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화된 정보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저장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지식과 정보가 이제는 특정 장소의 물리적 공간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도서관 사용자의 행태도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환경의 변화는 소득(GDP)의 증가와 함께 국가 정책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프랑스는 1979년 2차 석유파동이 시작된 이듬해인 1980년 도서관 확장정책 및 컴퓨터 도입을 시작했으며, 1986년 지방분권법이 제정되고 1인당 GDP 2만5000달러를 기록한 1990년대 들어 매년 4만∼5만㎡의 공공도서관을 건립했다. 1992∼2003년에는 중앙정부에서 전체 건립비용의 40%를 지원하여 12개의 대규모 BMVR(지역 활성화 시립도서관)이 건립되었다. 이는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해서 기존의 국립도서관(리슐리외)과 별도로 1997년 개관한 국립도서관(프랑수아 미테랑, 총면적 30만㎡)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지방의 중요 공공도서관을 설립하려는 목적과 몇몇 대도시에 공공도서관의 설립이 심각하게 늦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BMVR 건립 프로젝트는 총 15만㎡가 늘어나는 양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독특한 미디어테크 건축물과 도서관 공간에 대한 21세기의 현대적인 개념을 접목하는 등 질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처럼 프랑스의 도서관 문화정책은 GDP의 증가에 따라서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정책으로 지방분권시대의 지역균형개발과 지역 정책 주체로서 시·도가 도서관 정책에 대해 좀 더 책임성 있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대표도서관을 건립하고 있다. 지역대표도서관 설립 관련 도서관법 개정은 2006년 시작되었으며 2007년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지역대표도서관은 2010년대에 16개 광역시·도 단위로 건립되어 운영 중이거나 건립 중인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도서관은 1인당 GDP가 5100달러에 그친 1988년에 건립된 시설로 매년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21세기 기술의 발전과 GDP(2020년 기준 1인당 3만1000달러)의 증가에 따른 사회환경의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건물 유형이다. 국립도서관은 21세기 다원화 시대의 사회적 현상을 반영할 수 있고 사용자의 요구와 새로운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어야 한다.

‘그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에,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처럼 도서관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곳이다. 21세기 문화의 격변기에 도서관은 구글이나 전자책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장소로서의 존재감을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은 고요함과 사색, 영감과 지적 자극을 촉진하는 공간과 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K문화가 널리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 우리의 경제력에 비례하고 사회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국립도서관의 건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 경향신문 2022.02.03 임호균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