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6-07 09:43
사람& “책문화 중심 송파구의 랜드마크 될 것” 개관 3년 맞은 전국 최초 공립 책박물관인 ‘송파책박물관’ 강재원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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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강재원 송파책박물관 관장이 지난 5월26일 송파책박물관 지하 1층 수장고에서 조선시대 고서적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2 송파책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한 유물서적)


박물관과 도서관 ‘기능’ 복합문화공간
특색 있는 전시 펼쳐 관객들 호응받고
전시 매개로 세대 넘는 소통·공감 이뤄
“주민 함께하는 ‘참여 책박물관’ 만들 것”


“우리 책과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인문학과 책문화의 중심이 되는 송파구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겠습니다.”

송파책박물관은 국내 최초 공립 책박물관으로 2019년 4월23일 개관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특색 있는 전시를 열어 많은 관심을 모았다. 또한 꾸준히 장서를 확충해, 발행된 지 50년이 넘은 책(유물) 1만6306점과 일반 도서 2만2천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 5월2일 송파구 가락동 송파책박물관에서 만난 강재원(61) 관장은 “전국에서 하나뿐인 공립 책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송파구민은 자존감을 가져도 좋다”며 “앞으로 지역사회와 주민, 관람객이 함께하는 ‘참여 책박물관’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송파책박물관은 1층에 어린이 박물관 북키움과 키즈 스튜디오, 어울림홀이 있고 2층에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미디어 라이브러리 등이 있다. 지하 1층에는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와 오픈스튜디오를 갖췄다. 강 관장은 “송파책박물관은 책의 과거와 현재, 미래 등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시, 교육, 자유로운 도서 열람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송파책박물관은 개관 이후 상설전시 ‘책과 독서문화’를 비롯해 ‘노래책’ ‘독립출판’ ‘교과서’ 등을 주제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기획 전시를 열었다. 올해는 한국의 120년 잡지사를 돌아본 ‘잡지, 전성시대’를 8월까지 개최한다. 강 관장은 그동안 개최한 전시에 대해 “세대를 아우르는 전시 소재로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했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전시를 통해 관람객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교육적 효과와 감동을 줬다”고 자평했다.

“2014년에 팀장들에게 책박물관 관련 아이디를 내라고 하더라고요.” 강 관장이 송파구청에서 책과 도서관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는 평생교육팀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 강 관장은 업무차 미국에서 둘러본 적이 있는 라키비움 형태의 책박물관을 제안했다. 라키비움(Larchiveum)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이 세 가지 기능을 모두 지닌 공간을 뜻한다. 여러 유형의 자료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강 관장은 “다양한 복합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공간이 송파구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송파책박물관은 유아, 청소년, 성인 등 주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미취학 아동을 위한 명작동화 체험전시는 아이들이 오감으로 동화를 체험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강 관장은 “엄마들 사이에 예약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또한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13명의 도슨트를 양성해 5월부터 운영하고 있고, 역시 지역주민 50명이 안내 등을 맡아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매월 1회 개최하는 책문화 강연은 주민들 호응이 좋다고 한다. 강 관장은 “여름방학 때는 학생과 부모가 함께 송파책박물관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면서 책을 읽는 ‘1박2일 캠핑 독서모임’도 준비하고 있다”며 “송파책박물관을 한번 방문하면 계속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많은 책이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채 리어카에 실려 버려지거나, 폐지 처리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강 관장은 “이렇게 버려지는 서적을 잘 살펴보면 가치 있는 책이 얼마든지 있다”며 “이를 잘 가려서 보존할 수 있도록 ‘문화유산 서적 인증’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강 관장은 오래전부터 책과 독서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2006년부터 17년째 형편이 어려운 지역 학생을 위해 ‘독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독서를 통해 아이들 사고가 확장되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강 관장은 학교 교과와 독서학교를 연계해 학업 성적을 올리면 아이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학업에 더 열중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강 관장은 “아이들의 변화를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할 때마다 마음이 무척 뿌듯해진다”고 했다.

“주민들이 책을 외부로 대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할 때 가장 힘들죠.” 송파책박물관은 라키비움 모델을 도입해 만들었지만, 책박물관과 일부 도서관 기능만 수행하고 기록관 기능은 없다. 책박물관에 방점을 둔 공간으로 박물관 내부에서 책을 마음껏 볼 수는 있지만, 외부 대출은 안 된다. 강 관장은 “외부로 책을 대출하는 순간, ‘책박물관’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며 “주민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송파책박물관은 앞으로 우리 책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강 관장은 “올해는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 사이 한국을 소개한 외국 자료를 중점적으로 수집할 계획”이라며 “기획전시를 통해 외국인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송파책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한겨레신문 2022.06.03 이충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