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2500억 들어가는 사업
5개권역 대상지 선정해놓고
市, 결과 공개 5개월째 미뤄
“우리 지역에 건립해야한다”
與유력의원들, 朴시장에 요구
자치구 “결국 외풍때문” 분통
서울시가 시립 도서관인 서울도서관의 권역별 분관 건립 계획을 발표한 지 1년이 넘도록 대상지 선정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거액의 세금이 소요되는 문화시설의 건립 일정 자체가 꼬여버린 것이다. 시는 애초 지난해 12월 건립 대상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4월엔 분관 건립 방향 제시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용역’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발표를 미뤘고,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아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문화일보 4월 2일 자 13면 참조)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5월 수립한 ‘도서관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분관 건립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서울 동남권과 동북권, 서남권, 서북권, 도심권 등 5개 권역에 각 500억 원씩, 총 2500억 원을 투입해 서울도서관 분관을 세운다는 청사진이었다. 자치구 대부분에 대형 도서관이 부족하고 건립과 관리 모두 시가 맡기로 돼 있어 자치구 별로 유치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시가 지난해 11월 초 진행한 대상지 수요 조사에서 자치구 25곳 중 17곳이 대상 부지를 한 곳씩 제출했다.
그동안 5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시가 제때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결과 공개를 미적대는 이유는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력 정치인 입김이 가세한 탓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례로 최근 서울 서남부 지역을 지역구로 둔 한 유력 여당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도서관 분관을 우리 지역에 꼭 건립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북권을 지역구로 둔 한 여당 재선 의원도 지난 4월 박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 도서관 분관을 자신의 지역구에 지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한 고위 관계자도 “정치적으로 끼어드는 분이 많아 자치구에 따로 연락도 못 한다”고 난처해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 자치구는 “특정 정치인의 입맛에 맞게 조율이 끝났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 1인당 도서관 수와 1인당 도서관 좌석 수에 대한 통계를 보면 어느 곳에 도서관을 지어야 하는지 답이 나와 있는데 표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 주체인 서울도서관 측은 “용역 연구를 모두 마쳤고 발표 시점만 남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일보. 이후민 기자.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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