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7-25 13:05
“친일 작가 자료·작품도 수집해 후대에 넘겨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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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이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개관 일정과 운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장 첫 간담회
2023년 개관 앞서 ‘온라인문학관’부터


“국립한국문학관은 국가의 재정으로 설립하지만, 운영과 자료의 수집·보관·전시 등 콘텐츠 관련 부문은 문인과 전문가 등 민간이 맡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서 문인과 문인 유족, 학자, 시민 등이 적극적으로 자료를 기증하고 후원함과 동시에 문학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유지되도록 지켜보고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4월23일 법인 설립과 함께 임기 3년의 초대 국립한국문학관장에 취임한 염무웅 관장이 24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염 관장은 “한국문학관은 원래 2022년 말까지 건립 계획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2023년에 개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건물 완공 이전에 온라인문학관을 먼저 구축해 시민들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근대화 이후의 자료들은 지금 놓치면 영원히 사라질 위험성이 있어요. 문학관은 한편으로는 과거를 수집·정리해서 후손들에게 넘겨주는 일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독자들이 선대의 문학적 업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염 관장은 “한국문학관은 평가기관이 아니라 수집과 연구를 일차적 목적으로 삼는 기구인 만큼 친일 작품을 포함한 모든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원 이광수나 미당 서정주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본으로 귀화한 장혁주나 그에 못지 않게 노골적·적극적 친일 활동을 한 김문집처럼 감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문인들의 작품 역시 수집하고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후일의 연구에 대비할 수 있고, 훗날 다시 반민족적 행태가 나타나는 사태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염 관장은 “한국 문학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가령 국외이주 작가들이 현지에서 창작한 작품들, 그중에서도 현지어로 쓴 작품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또, 한국 작품의 외국어 번역 도서까지 수집하자면 보통 난제가 아니죠. 과거의 책들 역시, 초판만이 아니라 2판이나 3판도 수집 대상인지도 모호한 문제입니다. 방인근이나 김내성 같은 대중문학 작가들의 작품은 문학적 가치는 없지만 당시 사회상을 연구하는 데에는 필요합니다. <아리랑>이나 <야담과 실화> 같은 대중 잡지들 역시 중요한 자료인데,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염 관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임명하게 되어 있는 관장을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문단에서 추천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으면 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의 ‘푸시킨의 집’처럼 문학 연구와 교육의 중심 구실도 문학관이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는 바람을 밝혔다.



-한겨레신문. 최재봉 선임기자. 2019.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