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5-21 14:48
맛집-공연장 갖춘 도서관… ‘다산 실사구시’ 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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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20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에 있는 ‘정약용도서관’ 1층 로비. 남양주시 제공
(사진2) 감각적인 공간과 자연 친화적 채광이 돋보인다. 로비 옆 970㎡ 규모의 어린이자료실에는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남양주시 제공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 개관 1년


“천지에서 무슨 소리가 제일 맑을까/눈 덮인 산 깊은 곳의 글 읽는 소리로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시 ‘송파수작(松坡酬酢)’ 중의 한 구절이다. 경기 남양주시가 정약용의 정신과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지난해 ‘정약용도서관’을 지었다. 21일이면 개관한 지 꼭 1년이 된다.

정약용도서관은 마땅한 랜드마크가 없던 남양주시의 ‘만남 장소’로 자리 잡으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년 동안 다녀간 관람객만 40만 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정약용도서관’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3600건이 넘는다. 김선미 정약용도서관 운영팀장은 “칸막이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편안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쉴 수 있게 하는 공간의 변신으로 남양주에 새바람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 북유럽 감성을 담다

평소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조선이 낳은 천재로 평가받는 ‘정약용’과 ‘도서관’, 그리고 ‘남양주’의 만남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운명과도 같았다.

정약용은 1762년 남양주 조안면에서 태어났다. 15세 때 결혼과 함께 서울로 가 관직을 했고 57세가 되던 1818년 다시 고향인 조안면에 돌아왔다. 183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저술 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냈다.

정약용도서관은 다산동에 위치하고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2807m²로 328억 원이 들어갔다. 전국 공공도서관 중 여섯 번째로 면적이 넓다. 경기 북부지역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정약용도서관은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도서관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서관을 벤치마킹 해 감각적인 공간 구성과 자연 친화적 채광, 개방감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8.6m 높이의 대형 책꽂이가 시민들을 마주한다. 책꽂이에는 23만2000여 권의 책이 자유롭게 꽂혀 있다. 약 1000권의 책이 한 달에 한 번씩 새로 비치된다.

책꽂이 옆에는 970m² 규모의 어린이 자료실을 꾸며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남양주시와 스웨덴대사관이 주최한 ‘축하해, 삐삐! & ALMA 수상도서전’을 여는 등 해외 우수 아동문학도 볼 수 있다. 다산동에 사는 이모 씨(39·여)는 “집 가까운 곳에 책 종류가 다양하게 있어 아이들과 함께 힐링 하러 오는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열린 도서관’

정약용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2층과 3층 종합자료실에는 다양한 문화·편의 공간을 마련해 자연스럽게 시민 커뮤니티 형성을 돕고 있다. 최대 25명이 들어갈 수 있는 콘퍼런스룸 6개를 만들었다. 세미나실과 320석 규모의 공연장은 시민들의 소통 장소가 됐다. 또 지역의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와 레스토랑, 청년스타트업 스토어, 공유공방, 편의점을 입점시켜 다양한 취향과 연령대의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도서관이 공부나 독서의 공간으로 머물지 않고 생각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수백 번 논의해 공간디자인과 배치 등에 힘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정약용도서관은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우수사례에 선정됐다.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등 중앙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도 이어졌다. 정약용도서관은 ‘환경 혁신’에도 한몫하고 있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빗물 재활용도 가능한 에너지효율 1등급 녹색건축물로 설계했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소모량을 30% 줄여 연간 이산화탄소 920여 t을 절감했다. 석유 33만 L의 대체 효과가 있는 셈이다.



-동아일보. 2021.05.21.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