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7-17 11:20
강창용 중소출판협회 준비위원장 “폐쇄적 베스트셀러 제도가 중소출판사를 벼랑 끝 몰아”
   http://news.donga.com/3/all/20130717/56491544/1 [798]
“한국 출판시장의 7할이 번역서 시장인데, 해외 유명 작가는 말할 것도 없고 성공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작가는 대형 출판사가 판권을 사실상 입도선매합니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중소 출판사는 ‘입질’의 기회도 없죠. 경쟁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다음 달 20일 창립 예정인 한국중소출판협회의 강창용 준비위원장(55)을 15일 서울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도서출판 ‘느낌이 있는 책’ 대표인 강 위원장은 상위 5% 남짓한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공세에 나머지 95% 중소 출판사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을 한번 보세요. 대부분 대형 출판사 책입니다. 작은 출판사가 수년간 공들여 만든 책들이 이 목록에 못 들었다는 이유로 독자에게 노출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반품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출판계에서 논란이 된 ‘사재기’ 관행에 대해 “출간 초기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키지 못하면 책이 팔리지를 않는데, 돈만 있다면 어떤 출판사가 사재기를 안 하겠느냐”며 “폐쇄적인 베스트셀러 제도가 아닌 분야별로 좋은 책 30∼40권 정도가 독자에게 꾸준히 노출될 수 있게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서점과의 거래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오프라인 대형 서점은 그나마 나아요. 온라인 서점에는 작은 출판사가 ‘을 중의 을’입니다. 신간 소개를 하려면 각종 광고비에 이벤트 협찬에, 거절 못할 요구가 정말 많아요. 매출을 2000만 원 찍으려면 마케팅비로 1600만∼1700만 원이 든다는 얘기가 결코 빈말이 아닙니다.”

강 위원장은 창립 준비 상황에 대해 “11일 열린 발기인대회에는 중소 출판사 50여 곳이 참여했고 참여 의사를 밝히는 출판사가 계속 늘고 있어 200여 곳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출판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세를 키워 정부 지원부터 따내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협회 위원장단이 경영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살펴보면 대개 처세서나 실용서 위주라 예산을 지원할 만한 책은 아니다”며 “규모가 작아도 내용이 알찬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이런 단체를 주도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드러난 면면으로는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201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