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7-24 10:39
한여름 도서관 이야기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130723024… [808]

지루한 장마에도 온갖 매체 그득한 이 곳을 찾는 까닭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면 없는 게 없다. 읽고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매체들이 그득그득하다. 일반 도서뿐만 아니라 손끝으로 그림을 인지하는 촉각도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등 각종 종이매체부터 영상, 음향이 담긴 전자매체까지 거의 모든 매체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지루한 장마에도 온갖 매체 그득한 이 곳을 찾는 까닭은‘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서고에서 한 직원이 책을 찾고 있다.
7월 후텁지근한 장마가 정말이지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다. 6월 말 기준으로 911만9254권의 장서를 보유한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국립중앙도서관. 5만3449㎡(1만6000여평) 규모의 서고를 갖춘 지식의 보고를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점자도서는 6개의 돌출된 점을 다양하게 조합한 점자를 타공방식이나 약품처리로 120g 이상의 무게를 가진 종이에 입혀 제작한 도서다.
국립중앙도서관 지하 서고엔 책을 나르는 전동카트가 있다. 서고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미로처럼 이어지기 때문에 전동카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고를 총괄담당하는 최병철 씨는 지하 생활이 그다지 힘들지 않다고 한다.


손끝을 이용해 그림을 인지하는 촉각도서.
“섭씨 20∼22도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곳 기온도 요즘은 전력난으로 약간 높아요. 하지만 시민이 이용하는 일반 열람실보다는 훨씬 시원하죠.”


국립중앙박물관 서고에서 한 사서가 열람 신청된 책을 찾아 전동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도서관의 대체자료센터에선 점자도서 제작이 한창이다. 도서관 방문이 힘든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도서를 배달하는 책나래 서비스도 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의 1층 자료실 나무계단에 ‘도서관, 세상을 바꾸는 힘’이란 책 제목이 새겨져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수집한 자료를 국가지식문화유산으로 간주해 영구보존해야 할 역사적 책임을 지닌 곳이다. 그래서 관외 대출을 하지 않는다. 시민들은 열람실에서만 책을 읽을 수 있고 책을 빌려 밖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전자매체를 열람하고 있다.
900만여권이 품어내는 책 내음으로 진동하는 국립중앙도서관도, 매일 밤 10시까지 꼬박꼬박 운영되는 국회도서관도, 만화책 삼매경에 빠진 어린이들로 북적이는 서울도서관도, 이 땅의 모든 도서관은 세상을 바꾸는 곳이고 우리의 아이를 키우는 곳이다.


서울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각자 책 삼매경에 빠져 있다.
‘도서관, 세상을 바꾸는 힘.’

서울시 중구 서울도서관의 나무계단에 새겨진 책 제목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여름휴가 땐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볼 생각을 해본다.

사진·글=허정호 기자 hoya@segye.com

-세계일보 201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