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관장은 도서관과 출판업계가 유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구입할 책 수 줄지 않도록 예산 증가가 먼저 담보돼야"
"공공도서관에서는 책을 정가보다 훨씬 싼 값에 사들입니다. 도서정가제 예외 기관이기 때문인데, 큰 틀에서는 도서정가제를 지키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물론 지금보다 구비 종수가 줄지 않도록 반드시 관련 예산이 먼저 확보되어야죠."
서울도서관 이용훈(53)관장은 사서 출신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82년부터 대학교 와 연구소 사서로 일하기 시작해 한국도서관협회 등을 거치며 기획ㆍ정책 업무를 수행했다.
"외국에서는 여러 사람이 돌려보는 도서관용 책은 비싸지만 튼튼한 양장본이 들어가고, 시중에는 값싼 문고판이 유통되는데 우리는 같은 책을 도서관이 더 싸게 구입하고 있습니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는 가수나 작곡가에게 수입이 돌아가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아무리 봐도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돌아가지는 않죠. 도서관과 출판업계가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20만권 규모로 문을 연 서울도서관은 올해 도서 구입 예산으로 4억 3,000만원을 책정했다. 여타 공공도서관들처럼 연간 도서 구입 총예산 단위로 한 업체와 계약을 해서 그때그때 필요한 책을 조달 받고 있다. 지난해 예스24에서 올해 교보문고로 납품 업체를 바꾼 것도 교보가 할인율을 높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 상황에서 예산 증가 없이 정가제를 따르면 구입할 수 있는 책이 줄어 결국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더 좋은 책을 구입하는 것은 도서관들의 공통 과제다. 이 관장은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도서관에 장기 보관할 가치가 있는 책인지도 따져봐야 하지만 사서가 부족하다 보니 이 과정이 소홀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도서관은 사서직원이나 출판평론가, 도서관협회와 어린이책읽기운동협회, 장애인 대표, 전자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들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어떤 책을 구입할지 의견을 나눕니다. 시민들이 사달라고 적어내는 희망도서는 내부 심사로 채택되는데 대부분 베스트셀러죠. 그러다 보니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책이 도서관에도 여러 권 꽂혀 있는데 '공공의 서재'를 어떻게 운용해야 바람직한지 항상 고민입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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