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막을 내리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벌써 30여만명이 몰렸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스코틀랜드 전통복장 킬트(남성치마) 차림의 경기병 수백명이 저녁마다 벌이는 군악 퍼레이드와 젊은 공연자들이 펼치는 프린지페스티벌에 열광한다. 2000건이 넘는 공연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북 페스티벌에서 유명 작가들을 만나고 책도 싼값에 살 수 있어 더욱 즐거워한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만든 축제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람객들은 3주 동안 온갖 시름을 잊고 음악과 책의 향기에 푹 빠질 수 있다. 개중에는 웨일스의 시골마을 해이온와이에서 해마다 열리는 해이 북 페스티벌의 단골멤버도 많다. 지난봄 스타 작가들과 나눴던 감동을 고스란히 안고 온 책 마니아들이다.
미국에서도 북 페스티벌이 늘고 있다. 가장 큰 축제는 8만여명이 모여 시와 소설, 콘서트를 즐기는 디케이터 북 페스티벌로 퓰리처상 수상자를 비롯한 400여명의 시인·작가, 그래미상 수상자 등을 만날 수 있어 갈수록 인기다.
국내 최고의 책잔치는 파주출판도시의 북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파주북소리 2013’을 주제로 내달 28일부터 10월6일까지 80만㎡(약 24만평)의 출판단지 전역에서 축제를 펼친다. 규모로는 아시아 최대다. 지난해 45만여명이 참가했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의정부시는 내달 7일부터 ‘독서,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라는 축제를 열고 ‘책 방생’ 행사 등을 잇달아 연다. 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군사도시 이미지를 문화도시로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공업도시 울산도 ‘책으로 하나 되는 울산 북 페스티벌’을 통해 한 달 내내 책의 도시로 탈바꿈한다. 서울 성북구의 ‘책 읽는 학교, 책 읽는 직장, 책 읽는 마을’,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의 ‘책의 소리를 듣자’, 경기도 화성의 ‘책 마실 가자’ 북콘서트 , 전북 익산의 ‘다독다독(多讀多讀), 천년고도 익산을 달리다’도 눈길을 끈다.
이런 열기는 10월 초 서울 홍익대 앞 주차장거리의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절정을 이룬다. 110여개 출판사가 참가하는 ‘거리로 나온 책’, 야외에서 뒹굴며 책을 읽는 ‘어린이책 놀이터’는 매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이런 책 행사가 9월 한 달에만 전국에서 6700여건이나 열린다고 한다. 가을에 책이 하도 안 팔려서 ‘독서의 계절’이라는 이름표까지 붙이며 안간힘을 써온 출판계로서는 더욱 반가운 ‘북 페스티벌의 계절’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 한국경제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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