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모 씨(52)는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초하 여행도서관’(경기 의정부시 가능동)이다. 초하(初夏)는 ‘초여름’이라는 뜻. 2013년 문을 연 이곳은 규모(132m²)는 크지 않지만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여행객을 위한 사랑방인 셈이다.
초하도서관 한쪽 벽면은 2000여 권의 여행서적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일반적인 여행 안내 책자부터 여행과 관련된 관광, 경영, 호텔, 마케팅 등 전문서적까지 없는 게 없다. 김 씨는 이곳에서 무료로 여행컨설턴트 봉사를 한다. 도서관 한쪽에 상담 창구를 만들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행지는 물론 여행 계획이나 일정, 현지 숙소, 식당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여행지에 대한 문화를 배우고 여행기획서나 여행 감성 에세이를 쓰는 방법도 알려준다. 전문 가이드와 국내 유명 여행지 답사,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행논술 과정도 준비 중이다.
도서관답지 않은 이색 기획도 열고 있다. 커피와 와인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그것. 그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은 와인 소믈리에 과정. 유럽의 문화를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1기 수강생 25명 가운데 15명이 미국호텔업협회(AHLA)의 자격증을 땄다. 올해는 이달 말부터 15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도서관이 운영하는 카페(cafe.naver.com/tourrary)에 가면 다양한 국내외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도서관 문화로부터 소외받을 수 있는 외국인, 다문화가정을 위한 하하(HAHA) 아시안 도서관도 눈길을 끈다. 조화(Harmony)와 행복(Happiness)의 영문 약자를 딴 것. 동남아시아 10여 개국의 언어로 된 책 4600여 권이 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위한 한국어 책도 있다. 다문화 전시실과 도서관 곳곳에 놓인 이국적인 나라별 전통공예품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북카페를 리모델링해 도서관으로 꾸미면서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기증받은 옷을 500∼1000원에 저렴하게 파는 옷 가게도 있다
장애인을 위한 ‘점자 도서관’은 점자 도서와 CD, 테이프, MP3 등으로 된 녹음 도서를 빌려준다.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화면영화 서비스도 제공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행동을 음성으로 해설해 주는 것으로 영화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다.
한편 경기 의정부시는 지난해부터 ‘책 읽는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작은 도서관’ 20곳이 문을 열어 주민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작은 도서관은 민간이 운영하는데 공공 도서관에 비해 아담한 편. 주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해 지역 주민에게 생생한 정보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 동아일보 20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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