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부르는 '도서관의 진화'
경기도 208곳 중 111곳 참여
군포엔 장난감 빌려주는 곳도
경기도 내 도서관이 문화와 교육 공간으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의정부 과학도서관 천문우주체험실에서 어린이들이 무중력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의정부시]
#지난 22일 오후 7시. 경기도 파주시 운정동 가람도서관 내 ‘솔가람 아트홀’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무료 연주회가 열렸다. 300여 객석은 꽉 찼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찾은 파주시민이었다. 상당수 관객은 미리 와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공연을 보러갔다. 아트홀은 지난 12일 도서관과 함께 문을 연 클래식 공연장이다. 이곳 도서관(연면적 3862㎡)은 전국 최초로 음악을 테마로 특성화했다. 파주시가 113억원을 들여 지었다. 아트홀·문화강연실과 4600여 점의 음반 등 자료가 있다. 아트홀에서는 무료 공연이 자주 열린다. 공연을 보러 온 김금희(39·여)씨는 “공연도 보고 책도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문화공간”이라고 말했다.
#일요일인 23일 오후 7시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의정부 과학도서관. 10여 명의 주민이 도서관의 천문대에서 별자리를 관찰하고 있다. 별자리를 보고 관련 과학도서를 찾아보기도 했다. 천문대는 2007년 10월 도서관 개관 때부터 운영 중이다. 굴절망원경 등의 천체 관측 장비와 입체영상 체험관 등이 있다. 유치원생 자녀를 데리고 천문대를 찾은 장수길(38)씨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만 읽으면 지루해하는 것 같아 별자리를 관찰하는 과학도서관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안산시 관산도서관에는 정자와 대청마루, 창호지방 등이 조성돼 있다. [사진 경기도]
도서관도 특성화 시대를 맞았다.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다. 공연장이 설치된 음악도서관, 천문대가 딸린 과학도서관, 장난감도서관 등 다양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공공도서관 208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1개가 특성화 도서관이다. 공공도서관은 대부분 도와 시·군 예산으로 지어졌다.
도서관 특성화의 가장 큰 목적은 갈수록 시들해지는 ‘읽는 문화’를 되살려보자는 데 있다. 문화시설 등을 둘러보고 책도 읽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도서관을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경기대 조현양(58·문헌정보학) 교수는 “공공 도서관에 복합적인 문화공간을 곁들여 특성화해나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도서관 특성화가 확산되면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특성화 도서관은 체험과 교육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성남시 중원어린이도서관에도 천체관측실이 있다. 400㎜ 반사망원경 등 망원경 5대가 있다. 안성시 보개도서관에는 지역 대표 문인인 ‘박두진(1916~98) 전용 자료실’이 있다. 이곳은 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일반인 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 개관한 안산시 관산도서관 안에는 한옥체험공간이 있다. 한옥 대문과 대청마루, 정자, 창호지를 바른 문 등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한옥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지었다고 한다.
장난감을 빌려주는 도서관도 있다. 군포 부곡도서관은 지난해 7월 개관 당시부터 장난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400여 개 장난감을 어린이들에게 빌려준다. 김상균 부곡도서관장은 “장난감을 빌리고 책을 보려는 어린이들로 도서관은 늘 북적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연재 도서관과장은 “다양한 형태의 특성화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의 필수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 중앙일보 201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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