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08 16:11
<쉼표> 칼 라거펠트와 런던도서전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40408000220 [559]
“나는 한번 책을 손에 잡으면 20권 정도는 금세 읽는다.”“독서는 내 인생에서 가장 럭셔리한 것”“나는 책의 노예다.”“내가 책을 사들이는 건 불치병과도 같다. 영원히 낫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책 중독자’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발언의 주인공이 ‘패션계의 괴물’ 칼 라거펠트라면 얘기는 좀 다르다. 패션계의 진정한 혁신자, 선글라스와 포니테일, 스터드 장갑으로 통하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 말이다. 1985년 샤넬에 합류하기 전, 칼은 20년동안 펜디에서 그의 실험정신을 맘껏 표출했다. 칼이 펜디에서 고정 관념을 깬 첫 작업은 모피였다. 당시 모피는 크고 무겁고 비싼, 럭셔리하지만 뭔가 뒤쳐지는 옷이었다. 칼은 이 모피를 가만 두지 않았다. 일반 직물처럼 마구 자르고 박고 가공해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패셔너블한 제품으로 탈바꿈시켰다. 펜디를 상징하는 더블 F 로고는 바로 여기서 나왔다. ‘Fun Fur’라는 뜻의 로고는 바로 칼의 작품이다. 1985년 로마 국립현대미술관이 ‘펜디-칼 라거펠트, 그들의 역사’란 이름의 전시회를 연 것은 그의 독창성에 대한 인증인 셈이다. 칼은 평생 음악과 그림을 사랑했지만 책에는 못미친 듯 보인다. 그는 자신의 삶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패션, 사진, 책을 꼽았다. 살인적인 스케쥴에도 그는 늘 책을 펼치고 책에 둘러싸여 있길 좋아한다. “나는 현대미술을 사랑한다. 하지만 집을 그렇게 꾸미긴 싫다. 내집에는 그저 책만 있으면 된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4 런던도서전’이 8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황석영, 신경숙, 이문열 등 작가 10여명도 참가했다. 이번 도서전을 통해 한국문학과 다양한 책이 새로운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길 기대해본다.

- 헤럴드경제 20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