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경기 파주출판단지 착공 당시 출판인들은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출판사, 인쇄 및 제본, 그리고 서점과 출판 관계자들의 주거시설까지 한데 어우러진 '출판도시'를 꿈꿨다. 그러나 업무시설 만 허용하는 규제법은 이들의 소망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출판단지는 주거시설과 상업ㆍ문화 공간이 배제된 채 산업단지 형태로만 개발됐다. 더구나 출판사를 방문해도 책을 살 수 없고 그 흔한 커피 한 잔 마실 휴게공간도 마련할 수 없었다. 일부 출판사는 단속을 피해 직원식당을 마치 휴게시설인 양 운영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출판인들이 방문객에 불편을 주고 출판사에 '대못'으로 작용한 규제법을 개선해달라고 경기도에 건의한 지 3년 2개월 만이다.
경기도는 8일 "파주출판단지 내 입주 출판사들이 북카페와 같은 부대시설을 사옥에 개설해 책과 음료를 팔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됐다"고 밝혔다. 파주시 문발동 87만4,042㎡에 1차 산업단지가 조성된 파주출판단지에는 338개 출판사가 입주해 있다. 앞으로 2단지에도 124개 출판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책문화 중심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관광 공간으로 인기를 끄는 파주출판단지에는 연간 100만명이 찾고 있다. 단지 안에는 음식점 20곳과 카페 5개가 있지만, 입장객 수와 비교하면 상업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이마저도 지원시설 안에 몰려 있어 이용에 불편이 컸다.
출판단지 입주 기업들은 이런 문제를 없애려고 출판사 내에 북카페 같은 부대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경기도에 건의했다. 그러나 산업단지의 특성상 한정된 구역에서만 상업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과 '산업단지관리 기본계획'이 발목을 잡았다.
경기도는 출판단지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부터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에 규제개선을 요구한 끝에 법령 개정을 이끌어냈다. 또 규제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파주출판단지를 방문해 기업애로를 귀담아들은 것도 규제개선에 힘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는 앞으로 안산에 있는 경기창작센터 작가의 작품을 북카페 전시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등 출판도시를 산업과 관광,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규제개선으로 100여개의 북카페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출판단지 곳곳에 생겨 관광객 편의가 향상될 것"이라며 "신규 일자리도 250개가 추가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 한국일보 2014.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