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저작본부 마련…편집부터 유통까지 컨설팅
게임·만화 등 디지털콘텐츠와 연계한 전자책도 인기
지난 8일 막을 올린 제43회 런던도서전의 시초는 1971년 도서관 사서들이 모여 열었던 소규모 전문 출판인 전시회였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격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런던도서전도 몇 해 전부터 달라지고 있다는 게 도서전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전자출판, 자가출판(self publishing) 등의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며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자가출판이 뜬다
전시장에서 만난 에이미 웹스터 런던도서전 국제매니저는 올해 런던도서전이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점으로 작가가 직접 책을 만드는 자가출판의 부상을 들었다. 웹스터 매니저는 “런던도서전에서는 공식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작가 외에 다른 작가를 초대하는 경우가 드문데 올해는 범죄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을 쓴 자가출판 작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전시장에 저작본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가출판을 희망하는 작가들을 위해 책의 편집부터 제작, 유통, 전자책 전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컨설팅해 주는 이곳은 연일 작가들로 북적이고 있다.
캐나다 전자책 전문업체인 코보와 아마존은 일반인들도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자가출판한 로맨스 소설 《벨라 안드레》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바바라 프리시는 “자가 출판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런던도서전은 외국 출판사나 번역가, 오디오북 성우 등 출판 관계자를 만나 사업을 논의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말했다. 프리시 외에도《파티 크래셔즈》를 쓴 스테파니 본드 등 7명의 자가출판 작가들은 총 1500만부의 판매량을 올렸다. 전자책으로만 팔리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북이나 영화로 확장되기도 한다.
카밀 모피디 코보 유럽 매니저는 “자가출판 저자들은 전문 작가가 아니라 서점 직원, 의사 등 직업군이 다양하다”며 “저자가 저작권을 갖고 판매 관리 주도권을 갖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웹스터 매니저는 “자가출판은 미국과 영국의 가장 큰 출판 트렌드”라며 “자가출판 붐이 일면서 무명작가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전자책 등 미디어 융합 활발
웹스터 매니저가 전하는 또 하나의 새 트렌드는 다른 미디어와의 융합이다. 그는 “전시장 내에 게임관을 만들고 게임 관련 기관인 영국엔터테인먼트산업연맹(UKIE)과 협약을 맺는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전자출판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레이그 알벡 게임관 비즈니스 매니저는 “게임업체들은 영화와 드라마 캐릭터를 게임화하는 것처럼 소설 속 주인공도 게임 캐릭터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며 “전 세계에 유명한 셜록 홈스도 게임 캐릭터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시장에는 ‘그래픽 노블’로 불리는 만화를 취급하는 출판사나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인 업체도 많았다. 킨들 보급과 더불어 전자책이 대중화된 미국과 달리 유럽에선 전자책 인기가 신통치 않다는 건 옛말이 됐다. 웹스터 매니저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에선 전자출판 움직임이 매우 작았지만 지금은 큰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런던=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 한국경제 201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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