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의 오랜 숙원인 도서정가제법(출판문화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올해 안에 개정 도서정가제가 실시됩니다.
개정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신간과 구간을 가리지 않고 책 할인율이 정가의 15%를 넘지 못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가격 10% 할인에 마일리지, 적립금 등 추가 10% 할인까지 20% 할인이 가능하고, 그 대상도 18개월 이내 신간에만 적용됩니다. 이번 개정으로 실용, 초등학습서 및 도서관 구입 서적 등 기존에 도서정가제에서 제외됐던 책들도 모두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
출판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반값 할인, 각종 포인트에 인문서를 실용서로 둔갑시키는 식의 고질적인 편법 할인이 해결될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15%나 할인을 인정해주니 완전 도서정가제가 아니라거나, 15%라는 할인율 자체가 너무 높다는 우려도 있긴 합니다.
15% 할인율 안에서도 다양한 편법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해봅니다. 예를 들어 중고서점을 통한 밀어내기식 할인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본격적인 개정 도서정가제 실시를 앞두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창고 대방출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출판사 입장에선 재고 처리를 해야 하고, 모든 분야에 마케팅이 적용되는 상업화시대지만 책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가격 할인’이 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15% 균일 도서정가제로 인터넷 서점이나 홈쇼핑 등의 반값 할인이 어려워지면서 중소서점에겐 좀 더 유리한 환경이 됐습니다. 인터넷서점과 중소서점에 대한 출판사의 책공급가 격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서정가제는 온라인 서점을 중심으로 할인경쟁이 벌어지고, 동네 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동네서점은 2331곳으로 2011년 말 2577곳에 비해 10% 줄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문구류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책만 파는 서점은 1625곳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책을 사고 책을 읽는데 인색한 사회 속에서 도서정가제만으로 동네서점이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결국 돌고 돌아 독서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귀착됩니다. 영화에 밀리고, 인터넷에 치이며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이 길은 참 어려워 보입니다. 공공부문의 지원, 좋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의 노력, 책을 펴는 독자라는 삼박자가 맞물려야 지속가능한 독서생태계가 만들어지겠지요.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자신과 타자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번 주말엔 책장을 열어봅시다.
- 문화일보 20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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