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위탁한 다케오市 도서관… 북카페로 변신하며 새 名所로]
도서관 인기에 숙박·식당 호황… 병원·학교도 기업과 손잡아
7년간 市부채 1000억원 줄고 이주하고 싶은 지방도시 5위에
휴일이었던 지난 5일 일본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 시립도서관. 아침부터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도서관 입장을 기다렸다. 주차장은 후쿠오카(福岡), 히로시마(広島)현의 번호판을 단 차량으로 붐볐다. '한번 꼭 가봐야 할 이색 도서관'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서도 자동차를 몰고 찾아온다.
이곳은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소도시 도서관이지만 연간 이용자가 100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40만명은 다른 지역에서 온다. 인기 비결은 민간의 파격적 아이디어와 운영 능력이다. 일본 최대 DVD 대여업체인 쓰타야(蔦屋)가 지난해 4월부터 위탁 운영을 맡아 평범한 공립도서관을 변신시켰다. 쓰타야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를 도서관 안으로 끌어들였다. 열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고, 일부 열람석에서는 자유롭게 대화도 할 수 있다. 서고를 없애 장서 20만권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널찍한 관장실을 헐어내고 잡지 전문 서점과 DVD 대여점도 설치했다. 이전엔 '공무원 정시 퇴근'으로 오후 6시에 문을 닫았지만, 이제 밤 9시까지 운영한다. 연간 70일에 달했던 휴관일도 없다. 도서관을 상업시설처럼 운영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쓰타야가 맡은 이후 이용자는 3.6배 증가했다.
다카하시 사토시(高橋 ·42) 관장은 "이용자 40%가 시 외부에서 찾아온 사람이어서 주변 음식점 이용자도 덩달아 20% 이상 늘었고 일부 숙박시설은 예약률이 두 배로 뛰었다"면서 "도서관이 지역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다케오시는 위탁 운영으로 기존 운영비의 예산 10%를 절감했고 쓰타야는 편의시설 운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도서관뿐 아니라 시립 병원·학교도 '민간의 힘'을 활용해 변화시킨 다케오시는 '소도시 재생(再生) 모델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은 물론 도쿄권 자치단체 공무원의 견학 행렬도 이어진다.
고령화로 고심하던 소도시의 변신을 주도한 사람은 히와타시 게이스케(樋渡啓祐·44) 시장이다. 도쿄대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이던 히와타시는 2006년 당시 최연소 민선 시장에 당선된 후 "민간의 힘을 활용해 활기 넘치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적자가 누적된 시립병원 민영화를 추진했다. 당시 시민단체가 의료를 상업화한다며 '시장 해임' 운동을 벌였다. 그는 사직 후 재선거로 정면 돌파했다. "낙후된 병원을 이용할 것인가,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인가"라고 설득했다. 다케오시청은 "시립병원 당시 의사가 5명에 불과했지만, 민영화로 의사가 20명으로 늘었고 첨단 의료기기가 도입되면서 입원 환자가 3배, 구급 환자가 1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좋은 병원이 있는 소도시로 알려지면서 '이주하고 싶은 지방도시'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다케오시 부채도 7년간 1000억원 정도 줄었다.
최근 4선에 성공한 히와타시 시장의 다음 목표는 교육 개혁이다. 히와타시 시장은 "젊은이가 이주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려면 대도시보다 경쟁력이 있는 학교를 가져야 한다"며 학원과 손을 잡았다. 도쿄권에서 독창적 수학·국어 교육으로 유명한 학원 '하나마루학습회'와 최근 10년 계약을 맺었다. 교사와 학원 강사가 공동으로 커리큘럼과 교재를 개발해 보급하고 교사들은 학원 수업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초등학생은 시에서 무료로 받은 태블릿 PC를 이용해 하나마루가 만든 교재로 예습하고 학교에서는 심화 학습을 할 예정이다. 내년 4월에는 '관민 일체형 초등학교'도 개설한다. 가족이 다케오시에 사는 조건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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