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조성된 ‘지혜의 숲’ 도서관. 박상익 기자
높다란 책꽂이엔 벌써 文香 가득
출판도시문화재단 1년 만에 개관
지식연수원 '지지향' 등에 진열
100만권 목표…1차 20만권 비치
420여개의 출판사와 인쇄업체가 입주해 있는 파주출판도시 한가운데에 자리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 지지향 로비에 들어서면 기둥과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 먼저 눈에 띈다. 건물이 연결된 통로를 지나 출판문화정보센터로 들어서면 더욱 큰 서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1256㎡에 이르는 공간의 벽마다 책장을 설치해 책을 채워 넣었다. 높이 6m가 넘는 책장을 보면 얼마나 많은 책이 꽂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공간은 내달 19일 문을 여는 ‘열린 도서관-지혜의 숲’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사장 김언호·한길사 대표)이 지난해 5월 설립에 착수해 1년 만에 개관을 앞두고 있다. ‘지혜의 숲’은 재단이 여러 출판사와 지식인, 학자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도서로 꾸민 전면 개가식 도서관이다. 개별 서재들의 거대한 집합인 셈.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도 책을 보내왔다. 파주출판도시를 찾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100만권을 기증받는다는 목표 아래 사업을 시작해 현재 50만권이 확보된 상태. 1단계로 20만권의 책이 서가에 꽂혀 있다. 책을 관리하는 사서가 없고 보통의 도서관처럼 체계적으로 분류하지 않아 다소 생소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널찍하다.
‘지혜의 숲’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출판사와 기증자별 서가다. 책을 기증한 출판사 서가를 찾으면 출판사가 그동안 낸 책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대형 서점을 찾아도 일반 도서관처럼 분야별로 분류된 책만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선 출판사가 어떤 철학으로 책을 만들어 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한길 그레이트북스 같은 전집이 모두 꽂힌 서가에 반할 수밖에 없다. 많은 학자들이 선뜻 기증한 책을 보면 한 연구자가 그동안 어떤 책을 읽으며 공부했는지 지식의 이력서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정신·문화 유산인 종이책이 함부로 버려지는 걸 안타까워하며 책 리사이클링 운동과 독서운동 활성화를 제창해온 김 이사장은 “수많은 책이 쏟아지면서 독자들에게 채 읽히지도 못한 채 폐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빈번하다”며 “이미 나온 책이라 하더라도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발전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가 책을 잘 읽지 않는 현상을 항상 우려해왔다”며 “전문서는 물론 교양서를 두루 갖춰 책이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운영은 사서 대신 30여명의 권독사(勸讀司)들이 맡는다. 책을 소개하고 독서를 권하는 자원봉사자다. 권독사 교육을 담당하는 번역가 박종일 씨는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허름한 차림의 할아버지가 어린 학생들에게 갑골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이 당대 최고의 갑골문 학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젊은이들에게 독서를 통한 앎의 기쁨을 전달하는 것이 이 도서관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혜의 숲’의 지지향 로비 서가는 24시간 열람할 수 있으며 점차 열람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031)955-0050
파주=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 한국경제 201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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