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6-03 09:22
가천문화재단 잡지 창간호 보존 '뚝심' 빛 보다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6943 [441]

(사진1 지난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출판학회의 제41회 학술대회 모습./사진제공=가천문화재단)
(사진2 가천박물관 창간호 도록 '시대를 읽는 창' 창간호. /사진제공=가천문화재단)
(사진3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사진제공=가천문화재단)
(사진4 학술대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장석 가천대 교수. /사진제공=가천문화재단)



가천박물관 20여 년간 2만여 점 수집
1979년 이전 364점 엄선 도록 발간

이길여 설립자, 우리 전통문화 애착
“가지고만 있기 아까워 한 권에 정리”


한국출판학회와 손잡고 학술대회
국내 잡지에 비친 사회 변화상 연구

“디지털화로 아날로그 한계 극복을”
이장석 가천대 교수, 활용 방법 강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잡지는 1896년 2월15일 대조선인 일본유학생친목회에서 창간한 <친목회회보>로 알려졌다. 1908년 최남선이 창간한 <소년> 역시 종합 잡지의 효시로 읽힌다. 이 외 여러 다른 의견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느 잡지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대략 120년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그 시대의 정신과 얼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한국 잡지. 이 잡지의 창간호 최다 보유처인 가천문화재단이 올해 괄목할 만한 두 가지 성과를 냈다.
약 2만700권 창간호를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는 도록을 편찬한 한편 한국출판학회와 공동으로 잡지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도록 펼치면 창간호들 한눈에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1995년 설립한 가천박물관은 국내 잡지 창간호를 모으기 시작했다. 출판된 당시의 시대를 반영하는 잡지 중에서도 특히 창간호는 해당 잡지가 세상으로 나와야만 했던 의의를 결정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창간호의 가치를 높이 샀던 가천박물관의 수집활동으로 어느새 소장 권수 2만점을 넘어섰고 1997년 최다 보유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최근 제작된 도록은 가천박물관 소장 창간호 중 대한제국 시기부터 1979년 사이에 창간된 귀중본 364점을 엄선한 것이다. 창간호 도록으로는 국내 최초인 작업이기도 하다.

박물관 내 창간호실을 별도로 운영하는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에게서 이번 도록이 나오게 된 과정과 의미를 들어봤다.



“어렸을 때부터 동학운동에 관여하시던 할아버지 덕에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죠. 병원 운영하며 바쁘던 와중에도 전통문화와 관련한 용품들과 의료 역사 관련, 잡지 창간호 등 여러 가지 유물들을 모으게 된 배경이에요. 그러다 보니 전국에서 창간호를 기증하는 고마운 분도 있고 재단 직원들의 열정이 보태져 이렇게나 많은 책을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일일이 다 전시하거나 보여주거나 전시할 수 없어 도록 제작을 결심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도록은 416쪽이며 발간을 네 개의 시대로 구분해 순서대로 정리했다.

“창간호실에서 모두 공개하려고 계산을 해보니 매월 200점씩 10년 넘게 전시해야 하더라고요. 가지고만 있기엔 너무 아까워 한 권으로 보여드리자 했죠.”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사로 입지적인 인물인 이 회장은 잡지 창간과 출산의 과정이 닮았다고 말했다.

“잡지를 창간한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과 땀, 눈물의 과정이죠. 창간호에는 그 생각이 그대로 녹아 있답니다. 제가 산부인과 의사로 생명을 탄생시킬 때 받는 고귀한 마음과 맞닿아 있기도 해요. 생명의 고귀한 탄생과도 같은 인고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그는 이번 도록 발간으로 우리나라 출판 역사와 문화 발전이 한 걸음 더 도약하길 바라고 있었다.

“가천박물관은 국내 최다 창간호 소장처이기도 하지만 국내 최대 의료사 박물관이기도 하다. 올해 말쯤 의료사 전시실을 리모델링해서 시민들에게 더 좋은 전시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제 역할도 다하겠습니다.



▲한국 잡지 120년, 시대정신을 말하다

가천문화재단(이사장 윤성태)은 한국출판학회(회장 노병성)와 손을 잡고 우리나라 잡지의 지난 역사를 학술적 관점에서 되돌아보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5월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성료한 대회에 윤성태 가천문화재단 이사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노병성 한국출판학회 회장을 비롯한 주요인사들과 100여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앞서 한국출판학회와 가천문화재단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최다 창간호를 소장한 가천박물관의 방대한 자료를 국내 최고의 출판분야 학술단체인 한국출판학회와 연구하자는데 뜻을 함께했다.

2개 세션으로 구분된 학술대회는 노병성 회장의 '잡지 창간호의 가치와 의미'란 기조 발제로 시작했다. 노 회장은 잡지 창간호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창간 당시의 인간 감정구조를 포함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장석 가천대학교 교수가 두 번째 발제를 한 데 이어 부길만 동원대 명예교수, 윤세민 경인여대 교수, 김진두 서일대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남석순 김포대 명예교수, 김정수 기독교서회 목사, 문철수 한신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 가운데 이장석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창간호 잡지의 보존과 활용'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가천박물관의 아카이빙 시스템을 예로 들며 잡지 창간호를 활용하기 위해선 아날로그와 디지털 장점을 동시에 활용하는 디지로그(digilog)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창했다. 그는 인공지능 활용, 카드뉴스 제작, 메타버스 콘텐츠화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MZ세대와 소통하며 정신 문화유산을 후속세대에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잡지 창간호는 동시대의 사상과 역사와 시대 정신을 파악할 수 있는 1차 기록물”이라며 “기록정보는 관리와 보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해당 기록정보를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와 같이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통해 아날로그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성태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이렇게 총평했다. 그는 “국내 최다 창간호 소장처인 가천박물관과 출판분야 최고 학술단체인 한국출판학회가 만나 우리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 시대의 변화를 읽을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인천일보 2022.06.01 장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