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인물 평전
우리나라 국회도서관 관장은 관행적으로 제1 야당 몫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미국이나 일본의 국회도서관 관장은 임용 절차가 법에 명시되어 있다. 보통은 집권 세력과 호흡을 맞출 관장이 임용된다. 우리나라는 왜 이럴까? 관행적으로 도서관을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도서관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이용재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도서관인물 평전’(산지니)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절반은 도서 분류코드를 만든 멜빌 듀이와 근대식 도서관의 기원을 만든 벤저민 플랭클린 등 외국인이다. 그리고 유길준 등 도서관과 관련된 한국 사람들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다루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각각의 설명이 자세하지는 않지만, 부담 없이 읽으며 전체적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좋다.
외국인 등장인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는 ‘도서관학 5법칙’을 만든 인도의 시야리 랑가나단이었다. 그는 영국 식민지 시대의 수학자였는데, 어쩔 수 없이 공석이 된 마드리스 대학 도서관장을 맡아 도서관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 본격적으로 도서관 보급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도서관학 이론가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도서관 운영의 기본이 되는 이론적 틀을 만들었다.
1921년 파고다 공원 일대에 경성도서관을 만든 이범승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 보기 힘들었다. 그가 34세 때 우여곡절 끝에 만든 도서관은 5년 후 경영이 어려워져서 결국 총독부에 넘어갔다. 해방 후 초대 서울시장이 된 이범승은 조례를 만들어 자신이 만든 그 도서관을 시립 종로도서관으로 승격시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불도저 서울시장’이라는 별명이 있었던 김현옥이 서울시 재개발을 하면서 이 도서관을 철거했다. 후에 이 도서관을 이용하던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재건립 요구를 끈질기게 했다. 결국 사직단 근처에 새로운 도서관이 생겨났다. 그게 지금의 서울시교육청 종로도서관이다.
마을문고를 전국 곳곳에 만들던 엄대섭, 인표도서관을 만든 이인표 등 무심코 넘어갔던 도서관 이야기를 흐름에 따라서 볼 수 있어서 오랜만에 보람 있는 독서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철왕 케네디가 한 번에 2000곳 이상의 도서관을 만든 미국과 달리 한국의 도서관 하나하나엔 눈물과 사연이 깃들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고 누리고 있는 도서관은 과거 도서관 인물들이 일으켜 세우고 가꾼 도서관 나무의 결실이다.”
- 조선일보 2024.08.31, 우석훈·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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