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4-24 10:14
동네 서점이 잘 되려면? 안 팔리는 책도 진열하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23/2013042302622.htm… [736]
한국의 서점은 15년 전과 비교해 3분의 2토막이 사라졌다. 쇠락은 어쩌면 죽음의 징후다. 그런데 일본 출판 저널리스트 이시바시 다케후미(43·사진)는 '서점은 죽지 않는다'(백원근 옮김, 시대의창)라는 책을 펴냈다. 인터넷 시대에 책방이 처한 현실은 일본이라고 크게 나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상에 있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책이고 서점"이라면서 "서점 장인들을 만나면서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서점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 신념의 증거다.

―작지만 강한 서점, 서가 진열법이 독특한 서점, 아이스크림도 팔고 연애 상담도 해주는 서점 등 인상적인 이야기가 많다.

"온라인 서점이 편리한 것은 맞다. 대신 동네 서점은 책에 더 정통하고 고객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곳이 돼야 한다. 그런 '발견의 기쁨'은 온라인 서점이 대신하기 어렵다."

―서점에서 안 팔리는 책이 매출액 향상에 기여한다는 관점이 흥미롭다.

"고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진열한 서점을 만났을 때 좋은 서점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 책은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또 사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 책은 팔리지 않겠지만 고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비치해둔 서점을 다시 찾고, 다른 책을 사간다. 이렇게 매출이 '0'인 책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서가를 만든다면 서점은 매력 없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일부러 안 팔리는 책을 늘어놓나.

"그렇다. 팔고 싶은 책을 돋보이게 하려고 그 주변에 안 팔리는 책을 진열하는 것이다."

―책과 독자는 어떤 관계인가.

"독자는 싸게, 쉽게 책을 손에 넣고 싶어한다. 하지만 나는 독자를 '책의 후원자'로 본다. 그들의 격려와 응원이 없다면 어떤 문화, 어떤 생각, 어떤 서점, 어떤 저자는 아예 존재하기조차 어렵다."

―대형 서점과 작은 서점이 공생하는 방법은 없을까.

"작은 서점은 특성화해 단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서점끼리는 경쟁해도 서점인끼리는 공존의 길을 모색한다."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

"독자에게 닿기까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좋은 책으로 만들려고 합심한 책이다. 독자에게 의미 있는 책이야말로 베스트 북이다."

―책방을 하는 사람과 만났을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단지 돈벌이가 아니라 지역 독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서점인들을 만나면 내 맘속에서 감동이 느껴지더라."

- 조선일보 2013.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