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K북 시장' 태국]
베스트셀러 10에 3~4권 포진… 어린이 책은 80%가 '한국산'
-바닥 보이는 콘텐츠
학습만화·실용서 스타일 비슷… 태국 제작 책 늘고 대만도 추격
23일 태국 방콕 대형 쇼핑몰 '센트럴 월드' 내 3층 'B2S' 서점. 입구에 들어서자 순위별로 베스트셀러가 꽂혀 있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4위), '포니의 스페셜 메이크업북'(6위), '삼성처럼 일하라'(8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한국 책 3종이 보인다. 서점 관계자는 "한국 책은 거의 매주 3~4종씩 포함된다"고 했다.
어린이 책은 아예 한국 책이 독식했다. 4층 서점에선 아동 도서 코너의 진열장(7층 14칸) 중 80%를 한국 도서가 차지했다. '판타지 수학대전' '퀴즈 과학상식' '빈대 가족의 세계문화 탐험' 등 학습 만화 시리즈가 인기다. 서점 직원 솜르디 씨파팅(여·27)씨는 "한국의 어린이 책들은 과학·수학·역사를 쉽게 풀면서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다 그림도 예뻐서 태국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태국, 동남아 최대 K북 수출 시장
태국은 2009~2010년 중국 다음으로 큰 K북 수출 시장. 한국출판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년간 수출한 출판 저작권(2904건) 중 태국(887건)이 30%를 차지했다. 중국은 1204건으로 가장 많았고, 3~6위는 인도네시아(213건), 대만(208건), 말레이시아(95건), 베트남(87건)이다. 동북·동남아시아 점유율이 95%다.
방콕에 부는 '출판 한류'의 주류는 어린이 학습 만화, 어학, 미용·건강·다이어트 등 실용서. 태국 SE교육 출판사의 판패카 런그루앙 국제저작권팀장은 "지난해 우리 회사가 수입한 번역서의 40~50%가 한국 책으로 1위"라며 "한국의 아동 도서 중 과학 만화 시리즈, 지능 잠재력 계발 도서, 외국어 공부 책 등이 많이 팔린다"고 했다. 아이세움의 '살아남기' 시리즈는 태국에서만 200만부가 팔렸다. '한국 엄마처럼 되기'를 꿈꾸는 태국 엄마들이 '한국산' 학습 만화와 학습지의 주요 구매층. 배정아 신원에이전시 상무는 "가수 화보집이나 메이크업북·스타일링·다이어트 등 미용·건강 서적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23일 태국 방콕의 대형 쇼핑몰‘센트럴 월드’에 있는‘B2S’서점에서 한 남매가 학습만화책을 살펴보고 있다. 아동 도서 코너는 한국 책이 점령하고 있다. /방콕=허윤희 기자
◇콘텐츠 개발, 다양화 절실
하지만 K북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의 학습 만화는 내용·표지·스타일이 비슷비슷하다" "요즘은 대만 책이 뜨고 있다. (태국) 국내 출판사들이 모방해 자체 기획한 책도 많아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동서를 필두로 수출 가능한 '팔리는' 콘텐츠는 이미 소진됐고, 한국 책 저작권료가 최근 급등한 탓이다.
아동·실용서에 쏠린 '분야 편중'도 문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어린이책도 학습 만화 등 교육 콘텐츠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창작 그림책이나 동화책 출판을 육성, 편향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국에서 한바탕 시장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 상인의 보따리는 점점 바닥이 보이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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