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의 대통령 보고에서 ‘빅 데이터’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이어 “빅 데이터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해나가야 다른 나라에 앞설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더해지면서 빅 데이터는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도 “모든 미국 연방정부기관은 빅 데이터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등 세계 각국이 빅 데이터 시대를 선언하고 그에 걸맞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빅 데이터 시대의 데이터 폭증은 다양한 스마트 기기의 확산과 페이스북ㆍ트위터ㆍ미투데이 등 소셜미디어의 활용 증가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정보 간 융ㆍ복합화와 매시업(Mashupㆍ웹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를 융합해 새로운 웹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예로 구글 지도와 부동산 정보를 결합해 특정 지역을 선택하면 부동산 매물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서비스의 확산에 따라 디지털 정보 내 데이터의 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빅 데이터 가운데 숫자와 같이 정형화된 데이터의 비중은 크기 않다. 비정형화된 데이터들이 전체의 85%를 차지하므로 기존의 데이터베이스(DB) 기술로는 감당하기가 버겁다. 그래서 빅 데이터 시대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ㆍ분석하는 DB 기술로 Hadoopㆍ맬리듀싱ㆍNoSQL 등 다양한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는 보다 효과적인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빅 데이터를 검색ㆍ분석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DB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이 기회를 잘 활용하는 국내 기업은 글로벌 기업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 DB 기업들은 빅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관리, 고객 세분화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 위치기반을 활용한 마케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키워드 분석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뉴미디어를 통해 살아 있는 민심을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선거철을 앞두고 얼마 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DB 검색 기업인 솔트룩스는 뉴스ㆍ블로그ㆍ트위터에서 생겨난 빅 데이터에서 ‘국민이 말하는 정치인들의 진짜 이야기’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서비스에서는 오늘의 관심 정치인, 최근 1개월간의 관심 정치인, 관심 정치인 비교분석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데이터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곧 새로운 주제의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 한다. 와이즈넛ㆍ야인소프트 등 다른 DB 검색ㆍ분석 기업들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빅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ㆍ분석해 서비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빅 데이터 시대를 맞아 우리 DB 기업들은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다른 국가보다 DB 검색ㆍ분석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가려면 DB 관련 산ㆍ학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상생 협력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 DB 산업은 새로운 국가성장산업으로 우뚝 서는 동시에 다른 국가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기반산업이 될 수 있다.
지난달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개최한 빅 데이터 DB 검색ㆍ분석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한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빅 데이터는 개인화된 쌍방향 대화를 통해 고객 체험을 최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자 서비스를 체험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빅 데이터를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로, 도전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맞는 스마트한 대처 방안이 아닐까 싶다.
한응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장
-서울경제 20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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