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0-08 11:17
[지평선] 남산도서관 9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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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에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의 아들 철강왕 카네기는 전보배달원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 그때 코로넬 앤더슨이란 은퇴한 상인이 소장하던 400여권의 책으로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배움에 목마른 카네기는 뛸 듯이 반가웠으나 이내 실망했다. 기술공과 견습공을 위한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카네기는 "모든 근로소년들은 도서관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편지를 썼고 결국 책을 접할 수 있었다. 훗날 카네기는 "코로넬은 그 작은 도서관을 통해 지식의 빛이 흐르는 창을 열어 주었다"고 회상했다. 카네기는 미국 영국 호주 등에 1,509개의 무료도서관을 지어 기부했다.
■ 미국도서관협회에서 발표한 '미국도서관에 대한 10가지 놀라운 사실'을 보면 왜 미국이 초강대국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국에는 맥도날드보다 공공도서관이 더 많고, 공공도서관 회원 수는 아마존 회원의 5배다. 미국인들이 도서관에 출입하는 횟수는 영화관 가는 횟수의 2배가 넘고, 스낵바에서 보내는 시간의 3배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낸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학부모들은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시간의 7배를 자녀를 위해 학교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 데 보낸다.
■ 국내 공공도서관은 700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1만5,000개, 우리와 면적이 비슷한 영국엔 6,700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그래도 요즘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구입해 준다. 도서관을 찾기 어려운 주민들을 배려한 택배서비스도 있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대출 신청을 하면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찾아가는 서비스도 생겼다.
■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도서관인 남산도서관이 개관 90주년을 맞는다. 1922년 '경성부립도서관'으로 개관한 남산도서관은 근대적인 의미의 첫 공공도서관이다. 하루 4,500여명이 찾는 남산도서관에 가면 학생들과 주부, 취업준비생, 돋보기를 쓴 노인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시집 한 권 펼쳐보는 게 어떨까.
- 한국일보 2012.10.8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210/h201210072103272444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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