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2-21 10:07
교보문고 '초저가 e북 대여'에 출판계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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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회적으로 독서인구를 늘려 위기에 빠진 종이책 시장을 견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보문고 허정도 대표는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자책 회원제 서비스 '샘(SAM)' 출시 설명회에서 전자책 시장 확대에 대한 부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정액제 대여'라는 새로운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교보의 도전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은 국내 전자책 시장이 기지개도 켜지 못한 상태인데다 샘 서비스가 책값 후려치기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주어 주요 출판사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샘 서비스는 낱권 구매방식을 연간 회원제로 바꿔 기존 전자책보다도 절반 이상 저렴한 권당 3,000원 정도로 6개월간 빌려 볼 수 있게 했다. 1년 계약 기준으로 1만5,000원, 2만1,000원, 3만2,000원으로 각각 5권, 7권, 12권을 빌릴 수 있다. 2년 계약할 경우 단말기도 함께 준다. 교보문고는 이 서비스를 통해 올 한 해 230억원 정도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출판계는 이 서비스에 회의적이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달 성명을 내 교보문고 회원제 서비스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출판인회의는 이 서비스 때문에 "동일한 전자책도 이용 형태에 따라 현격한 가격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며 "도서정가제를 사실상으로 무력화시키고 전자출판시장 질서를 교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 도서 정가를 낮추고 판매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이 서비스 참여를 꺼리고 있다. 교보문고가 현재 보유한 13만권의 전자책 중 샘 서비스가 적용되는 책은 1만7,000권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참여 출판사는 웅진씽크빅, 위즈덤하우스, 북21, 다산북스, 한길사 등 230곳 정도다.
교보문고는 이 서비스를 통해 전자책을 팔면 판매가의 60%를 출판사에 지급한다. 이 중 인세 등을 뺀 나머지가 출판사 몫이다. 권당 3,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출판사는 1,800원을 받아 종이책과 똑 같은 인세 1,000원 정도를 지급하고 800원을 갖는 구조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교보문고가 출판사 설득에 실패했다"며 "잘 팔리지 않는 콘텐츠로 출발하는 회원제 대여 서비스가 성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책값 후려치기식 전자책 서비스에 대한 출판계의 이 같은 부정적인 기류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자책 마케팅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열린책들은 최근 세계문학전집 150권(현재 30권에서 점차 확대 예정)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149.99달러(16만원)로 염가판매하고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도 지난해 9월 출시한 단말기 '크레마 터치'를 통해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한강> 등 대하소설 에디션을 내놓았다.
지난해 국내 전자책 시장은 500억원 규모. 전체 출판시장 매출인 3조8,000억원의 1%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출판시장의 전자책 비중이 2016년에 5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데다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한국의 높은 관심을 감안하면 국내 전자책 시장의 잠재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6년까지 세계 출판시장에서 종이책 매출이 매년 2.3%씩 줄어드는 반면 전자책은 30%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2013.02.21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302/h201302202047548421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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