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들이 협조하면 좀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아직 답이 없네요.”
소설가 황석영씨가 사재기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연 지난 23일 자리를 함께한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부회장이 내뱉은 푸념이다. 교보문고·반디앤루니스·예스24·인터파크 등 대형서점과 그들이 운영하는 인터넷서점이 우리 출판시장을 좌우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사재기를 막는 일도, 사재기 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일도 이들이 나서면 충분히 가능한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사재기 논란이 불거진 뒤 여기저기서 분노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현실성 있는 대책은 나온 게 없다. 황씨가 검찰 수사를 요청하자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라며 발을 뺐다. 공정위는 “도서 사재기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는 건 어렵다”고 난색을 한다.
출판계도 뒤숭숭하긴 마찬가지다. 황씨 소설을 사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출판사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에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출판사도 다 하는데 억울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황씨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출판사를 ‘군소 출판사’라고 부르며 “앞으로 군소 출판사와는 같이 작업을 못할 판”이라고 말했으나 대형 출판사들도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불리는 몇몇 대형 출판사를 보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6월1, 2일 서울 대학로에서 특별한 도서전이 열린다. 소규모 출판사 34곳이 참여해 모든 도서를 할인 없이 정가에 판매한다. 책을 제값에 파는 도서정가제는 사재기 근절의 유력한 대안 중 하나다. 이처럼 작은 출판사들도 나선 마당에 더 큰 권력과 책임을 가진 주체들의 동참은 당연하다. 이제 대형서점과 출판사들이 나서야 할 때다.
- 세계일보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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