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6-18 16:59
[발언대] 光州서 열리는 '세계기록유산 회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17/2013061702790.htm… [587]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 한 구절이다. 나치 치하 암스테르담의 은신처에 숨어 지내던 소녀의 일기에는 홀로코스트의 폭력성과 야만성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안네의 일기'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세계의 기억'이라 불리는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사업은 인류가 생산해 낸 중요한 기록물을 보존·보호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기록유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그 목적이다. 과거의 영광스럽고 화려한 역사뿐 아니라 '안네의 일기'처럼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도 온전히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아픈 역사를 새긴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사례가 있다. 2011년 등재된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록물이 그것이다. 이 기록물에는 1980년 5월 18~27일 동안 당시 공공기관의 공문서와 단체 및 개인이 작성한 일기나 취재수첩, 그리고 민주화운동 기록문서들이 포함돼 있다. 이 기록물에 대해 유네스코는 한국 현대사의 기록물이라는 점을 넘어 다른 나라의 민주화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오늘(18일) 광주에서는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가 열려 새로 등재할 세계기록유산을 심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신청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기록물'의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이 중 '새마을운동'은 유엔이 빈곤 퇴치를 위한 성공 사례로 인정해 개도국들이 발전 모델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그 기록물이 심사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일각에서 유신 치하에서 진행된 새마을운동 기록물의 등재에 대해 이견이 나오는 현실은 안타깝다.

최근에는 KBS가 1983년 특별 생방송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방송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자는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분단국의 참담하고 처절한 현실을 생생하게 기록한 역사적 가치를 고려할 때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안네가 일기에 적은 말처럼 그녀의 기록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이번 광주 회의를 계기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업이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가 미래 세대의 기억으로 그 가치가 영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

(민동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