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6-20 10:18
"책 행사예요? 그럼 제가 가야죠" 박 대통령의 책사랑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20/2013062000018.htm… [667]
[서울국제도서전 참석]

도서전 현장 방문은 1978년 영애 자격으로 참석 후 대통령 된 지금 35년 만에
"책, 난관 이기는 힘·지혜 줘, 미래 여는 선도적인 역할 해와 창조경제 요체가 될 거예요"

"정가로 드리겠습니다."('책세상' 이영희 팀장)

"요즘 도서정가제가 문제죠? 당연히 정가로 사야죠."(박근혜 대통령)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 인문서 출판사 '책세상' 부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책 5권을 고르고 지갑을 꺼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일러스트판을 비롯해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답성호원' '유럽의 교육' '철학과 마음의 치유'. "인문학 출판이 어려운데 좋은 책을 많이 내시네요." 덕담을 건넨 박 대통령은 빳빳한 도서상품권 8장을 꺼내 주고 거스름돈 2000원을 받았다.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조선활자 책 특별전’부스에서 직지 인쇄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오른쪽). 박근혜 대통령이 도서전 현장을 찾은 것은 35년 만이다. 왼쪽은 육영수 여사 대신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던 1978년‘전국 도서전시회’에 참석해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 /삼성출판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올해 19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책, 사람 그리고 미래'. 역대 최대 규모인 25개국에서 610개 출판사가 참가해 도서 부스 835개를 운영한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역사적으로 책을 통해 많은 인재가 탄생했고 그 인재들이 미래를 여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새 정부의 국정 기조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구현하는 데도 책은 소중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저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성현들의 지혜가 담긴 동서양 고전들의 글귀가 저를 바로 세웠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줬다. 저 스스로도 수필을 쓰며 마음을 단련할 수 있었다"는 경험도 전했다.

이날 개막식은 박 대통령의 '책'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드러난 자리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도서전이지만 현직 대통령의 방문은 세 번째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시장을 방문했을 뿐 이후에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도서전이 열린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책 행사예요? 그럼 제가 가야죠"라고 했다고 한다. 1977년과 1978년 대통령 영애 자격으로 '전국 도서전시회'를 방문한 후 35년 만에 '대통령'으로 도서전 현장을 찾은 것.

박 대통령은 "문화 융성의 시대는 책에서부터 시작되고, 인문학적 상상력이 결국 창조경제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개막식 후에는 출판인·작가들과 20분간 간담회를 가졌다. 윤형두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양원석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 박은주 출판인회의 회장 등 출판 관계자, 소설가 박범신, 만화가 허영만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출판인들은 "외국에 나갈 때는 꼭 책을 들고 가달라" "새마을운동을 잇는 대국민 독서운동을 펼쳐달라"고 주문했고 박 대통령은 "우리 출판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더 중요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박 대통령은 "노숙자나 실패해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고 '내 인생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의미를 찾아야 다시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다"며 "그런 목적과 가치는 결국 서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 인도의 지틴 프라사다 인적자원개발부장관은 금관가야의 시조 수로왕에 관한 영문 서적 '스리라트나 김수로(SriRatna Kim Suro)'를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허윤희 기자)

- 한국일보 201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