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6-21 11:23
[시각] 반가워요, 책 권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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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20/2013062005758.htm… [624] |
文學 애호가였던 육영수 여사, '국제도서전' 찾은 朴 대통령
서구도 리더가 독서문화 선도 '책의 부활' 기대해도 될까요?
"우리 박물관에서 귀한 사진 두 장을 찾았어.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도서전에 오신다기에 직접 드리려고 가져왔지."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장에서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을 만났다. 김 관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서류 봉투를 열어 사진을 꺼냈다. 한 장은 1978년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던 박 대통령이 '전국 도서전시회'에 참석해 전시장을 둘러보는 사진. 다른 한 장은 1967년 한국여류문학전집(전 6권)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고 육영수 여사의 사진이다. 사진 속 육 여사는 박화성·모윤숙·김남조 등 당대의 여성 문인들과 함께 특유의 단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육 여사는 문학 애호가였어. 형편이 어려운 시인들을 위해서 시집 출간을 지원해줬고 문인과 교류가 많았어요. 박 대통령이 책을 유달리 좋아하고, 행사장까지 찾은 것도 어머니 영향이 크지 않겠어?"
1967년 한국여류문학전집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육영수 여사(태극기 아래)가 여성 문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삼성출판박물관 제공
이날 도서전을 찾은 박 대통령은 "출판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인문서 5권을 구입하고, 간담회에서 출판인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은 불황과 사재기, 과도한 선인세 논란으로 위축돼있던 출판 동네에서 모처럼 흐뭇한 뉴스가 됐다. 등단한 수필가인 박 대통령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성현들의 지혜가 담긴 동서양 고전들의 글귀 덕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책의 힘'을 여러 번 강조했다. 동네 서점이 사라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피력했다. "저 어릴 땐 학교가 끝나면 만홧가게로 달려가서 열심히 읽었다. 그게 바로 문화공간이었는데, 그런 공간이 없어진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 중 읽은 책들이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오바마 스스로도 '북 마케팅'을 활용한다. 재작년 여름 휴가 때는 조너선 프랜즌의 장편소설 '자유'를 읽고 "Terrific(훌륭하다)"이라고 극찬했고, 지난해 추수감사절 연휴 땐 동네 책방에서 책 15권을 구입한 뒤 "여러분도 동네 서점 살리기에 동참해달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도 소문난 애서가였다. 바쁜 일정을 쪼개 자주 서점 순례를 나갔고, 순수문학을 사랑해 미셸 투르니에·마르그리트 뒤라스 같은 작가들과 허물없이 어울렸다.
출판계는 지금 유례없는 불황이다. 지난해 발행 종수는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0년 3400곳이 넘었던 전국 서점은 지난해 절반이 됐다. 스마트폰과 첨단 영상의 시대, 독서 트렌드는 '구호'가 아니라 리더들이 먼저 선도해야 한다. 책 권하는 우리 대통령이 그래서 더 반갑다. 이날 간담회에선 출판인들의 희망 주문이 쏟아졌다. "외국 나가실 때는 책을 꼭 들고 가세요" "대통령께서 책을 펴고 읽으시면 국민들이 읽습니다"…. 동네 서점에서 책 한 보따리를 들고 나오는 대통령의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
- 조선일보 201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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