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바웃 북스’ 전시장에서 한 여성이 대안 출판물을 펼쳐보고 있다.
ㆍ상상마당 ‘어바웃 북스’전
‘록셔리’는 제호가 보여주듯 ‘럭셔리’한 패션지를 패러디한 코미디 잡지다. 패션지와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찍고 편집했지만, 소개하는 물건들은 싸구려인 데다 궁상맞기까지 하다. 모델 역시 휴일 오후 동네 어귀에서 만날 법한 허름한 차림, 평범한 외모의 청년들이다.
<기타는 왜 들고 다녀?>는 8개월에 걸친 호주, 유럽 등의 음악 페스티벌 체험기다. ‘보편적인 여행잡지’에는 ‘민폐여행’ 특집기사가 실렸다. 인심 좋은 지방을 찾아다니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숙식을 거의 공짜로 해결하는 여행 방법을 알려준다.
서울 홍익대 부근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리는 ‘어바웃 북스’ 전시회에서는 이런 대안적 출판물을 만날 수 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 전시회에서는 기존 출판계가 포괄하지 못하는 비주류적이고 자유로운 형식, 내용의 독립 출판물들이 선보이고 있다. 공개 모집을 통해 채택된 500종의 잡지, 단행본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기존 출판사들조차 극심한 불황을 호소하고 있는 이때, 마케팅과 유통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독립 출판물을 만들고 선보이는 것은 무리한 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다.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유어마인드, 더북소사이어티 등 서점들도 생겼다. 양경애 상상마당 큐레이터는 “기존 출판물과 판형이 다르고 아트워크가 뛰어난 책을 직접 만지고 읽으려는 아날로그 정서의 독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초기 전시 때는 기존 출판물의 형태이면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판형에 개인의 취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책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전시장 한쪽 벽에서는 ‘키노’ ‘ttl’ ‘서브’ 등 1990년대를 풍미하다가 지금은 폐간된 문화잡지들의 편집장, 기자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다.
영상에서 정성일 전 키노 편집장은 “종이매체는 종이매체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140자로 글자 수가 제한되는 트위터가 우리 시대의 글쓰기, 글읽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규정한 뒤 “종이매체는 긴 글 중심, 견해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전시회는 8월11일까지.(백승찬 기자)
- 경향신문 20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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