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한국의 책과 문화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한국의 서점과 출판사를 찾아다녔습니다.”
일본의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館野晳·78) 씨는 한국 책의 불모지였던 일본에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1989년부터 24년간 쉬지 않고 일본의 출판전문지 ‘출판뉴스’에 매달 한국 출판과 문학을 소개해왔다. 그는 한국을 방문해 김언호 한길사 대표를 인터뷰해 ‘출판뉴스’에 소개하는 등 한국의 출판인과 책, 출판계 동향을 알리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1968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한국의 매력에 빠진 그는 지난 40여 년간 한국책을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에 꾸준히 소개하는 등 한·일 양국 출판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한국 문화를 일본에 알린 숨은 공로자인 그는 지난 6일 폐막된 도쿄(東京)국제도서전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다테노 씨는 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에서의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은 아직도 보잘것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책을 일본에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이후 2012년까지 13년간 한국문학은 연평균 21.5권이 나왔을 뿐이지만 지난 한해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일본 문학서가 781종”이라며 “누구나 그 격차에 놀라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청년들의 역사의식이 낮은 것과 관련해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교육도 문제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와 사회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한국의 역사를 더욱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문학책뿐 아니라 앞으로는 인문학 서적을 알리는데도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사람의 마음에는 정(情)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국의 정과 역사, 문화에 관한 책도 쓰고 싶습니다.”
다테노 씨는 “그동안 한국 작품이 일본에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일본에서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국 소설 중에서 신경숙의 작품이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 신경숙 작가의 책이 처음에는 문고본으로 소개됐는데 단행본으로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김애란과 한강 등 한국의 신진 작가가 더 알려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테노 씨는 김언호 대표와 함께 시오노 나나미(?J野七生)의 ‘로마인 이야기’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일본에 번역 소개한 책은 한승원 변호사의 ‘분단시대 법정’, 김성칠의 ‘역사앞에서’ 등 10여 권에 이른다.
- 문화일보 201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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