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8-28 21:01
예술 아카이브 현황, 그리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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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지난 6월 행정안정부 국가기록원 주최로‘국제기록문화전시회’가 코엑스에서 열렸다. 몇년 사이 기록물관리, 기록관, 아카이브와 같은 용어가 대두하고 자료를 보존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다. 최근 사회적 흐름과 함께 교육에서는 명지대 기록정보과학 전문대학원이외에 여러 대학및 대학원에 기록관리학과가 생겨났고 아키비스트라는 명함도 눈에 띈다. 한국 문화계에도 예술 아카이브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하여 그 방향성을 모색하는 세미나도 부쩍 늘어났다. 필자는 2008년 2월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주최로 ‘시각예술분야아카이브현황 및 활용방안연구’와 2009년 11월 서울대 미대조형연구소 주최로‘한국근현대미술·디자인과자료’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여했다. 지난 8월 대구문화창조발전소의 아카이브 구축사업 방향성정립을 위한 간담회도 있었다. 11월 문화재청은‘문화유산기록 정보자원 관리체계 합리화방안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그리스에 기원을 둔 아카이브Archive라는 용어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영구보존자료를 선별하고 수집하여 보존하는 장소‘기관’을 지칭하며, 다른 하나는 그러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영구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아 선별된‘보존자료’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술아카이브는 개인 및 미술관련조직이 수행하는 미술활동의 과정에서 생산되어 관리하는 기록으로서 미술의 역사를 재구성하는데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예술적 학문적 자료이다.
국내 미술아카이브의 첫 사례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부설인 한국미술기록보존소이며 1999년에개소하였다. 1998년 미술평론가 이구열씨가 기증한 4만건의 자료를 중심으로 안국동 옛 백상기념관 뒤편 송현동에서 출발했다. 2001년부터 일반 공개를 시작했으며 2002년 운니동으로 이전했다가 2005년 용인 호암미술관으로 옮겼다. 수집자료범위는 1900년 전후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이며 수집대상은 인쇄자료(전시카달로그·신문·잡지기사), 시청각기록물(사진·비디오·오디오테입), 서류(작가및 미술계관련) 등이다. 1998년부터 구술사 방법론을 정립해 작가별, 주제별 구술사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3년『한국미술기록보존소 자료집』1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호를 발간했다.
이어 2008년 3월 시각디자이너 선문대 박암종 교수가 근현대디자인박물관을, 10월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개관하였다. 국내 최초로 무용자료관인 연낙재가 조동화씨의 자료를 기증받아 2006년 3월 개관하였다. 한국춤문화자료원이 김천흥 선생 유품을 수증받아 2008년부터 무용인들이 춤문화자료관구축을 위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공연예술분야에서는 2009년 12월 국립극장에 공연예술박물관이 개관하였다.
사진계에서는 최인진씨가 1978년 한국사진사연구소를 개소하여『사진사연구』등을발간해왔으나 최근년에 주춤하고 있다. 또한 이경민씨가 2004년부터 사진아카이브연구소를 운영하며, 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2009년 1월부터 한국사진문화연구소를 설립하였다. 기관으로는 서울대 미대조형연구소에서 2009년부터 기록관리실이 활동을 시작했다.
아카이브 과제
올해 3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던 아르코 예술정보관(서초동)이 (재)국립예술자료원이라는 독립기관으로 출범하였다. 예술관련 기록과 정보를 위해 오랫동안 필요성이 요청되어 온 국가기관이자 허브로서,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는 디지털아카이브로서 예술자료의 가치를 새롭게 재생산하는 연구기관을 표방하고 있다. 예술활동과 관련된 각종 기록과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며, 조직은 원장, 사무국장, 기획사업팀, 정보서비스팀, 운영지원팀으로 구성되어있다.
국립예술자료원은 앞으로 자료수집을 위해 설립될 새로운 아카이브나 제각기 필요에 따라 만들어질 각 기관과 단체의 자료실을 대체하는 하나의 통합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국립중앙도서관이 도서관리를 위해 코라스(KORAS)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급했듯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자료정보의 생산처인 미술관, 화랑, 미술대학, 미술재단, 그리고 각 자료실에 공급해주면 나중에 네트워크가 쉬워진다. 가까운 일본의‘아트도큐멘테이션연구회'는 1989년 설립되어 미술문화재에 대한 정보활동을 주력해 왔는데 2004년 8월 연구회 창립15주년을 기념하여‘제3회 아트도큐멘테이션 연구포럼’으로서‘동아시아에서의 미술문화재 정보의 네트워크화를 생각한다’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움을 기획하여 필자도 발표한바있다. 홍콩의 AAA (아시아아트아카이브)는 2000년에 설립하여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아시아현대미술자료를 보유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등 7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을 보유하고있다고 내세우지만 20세기 들어서며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상황이 형편없어졌다. 아카이브에 관심을 두고 시작한 개인이나 단체들은 공간과 보존처리,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에직면해있다. 예술아카이브는 국가의 유산이고 공공의 기록물이라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표준화문제, 선행되어야할 저작권해결 등 많은 과제들이 있다. 아카이브 시스템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이고 문화적 경쟁력이다. 다시 한 번 기록문화에 대한 필요와 가치평가를 강조하며.아카이브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서울아트가이드 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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