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2-05-19 10:42
[일사일언] 헌책도 돈이 된다!
   https://www.chosun.com/opinion/every_single_word/2022/05/17/LS2OOKYJXR… [321]

우리나라 근대 건축은 세운 지 50년이 경과한 건축물로, 전통 건축에서 현대 건축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근대 건축 연구자로서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던 북한 지역 근대 건축 연구를 위해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있지만, 해방 이전 북한 지역 도시와 건축을 다룬 도서는 찾기 어렵다. 국가전자도서관과 도서 판매 사이트를 검색해도 딱히 눈에 들어오는 문헌은 적다.

불현듯 대학원 시절에 읽었던 책이라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아 서가를 살폈지만 보이지 않았다. 없다는 생각이 들자 보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져 헌책 거래 사이트를 검색했더니 4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구입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살펴보자는 마음으로 집과 학교 연구실을 뒤져 책장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그 책을 찾았다. 책을 이중으로 꽂아 쉽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발행 연도 1995년에 가격은 9500원. 27년 사이 네 배 넘게 가격이 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얼마 전에 버린 책 몇 권을 떠올려 가격을 확인해 봤다. 대부분 세 배 이상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중고책 거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다. 온라인을 이용한 헌책 매매는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활성화되어 있고, 이를 소소한 재테크라고 소개한 글도 많았다. 유명 작가의 사인이 담긴 책은 더 비싸게 팔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혹시라도 저자가 자신이 서명해 준 책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면 실망할 것 같아 책을 버릴 때는 귀찮아도 반드시 저자가 사인한 부분을 없앴는데 이 증표가 책값을 올리는 요인이었다니. 장자가 말했다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無用之用)’가 떠올랐다. 세상엔 쓸모 있는 것만 필요한 것 같지만, 때로는 쓸모없는 것이 더 크게 쓰인다.

헌책 거래 사이트에서 오래전에 썼던 내 책을 한 권 사면서 판매자로 등록했다. 난생처음으로 안 보는 책을 높은 가격에 올려놨다. 팔리기는 할까 하는 의심과 함께.

- 조선일보 2022.05.17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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