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1970년대 종로서적 앞 풍경. 당시 ‘종로에서 만나자’는 말은 ‘종로서적 앞에서 보자’는 의미였다. /서울역사박물관)
2002년 문 닫은 ‘100년 문화공간’
서울역사박물관서 보고서 펴내
사연·자료 모은 전시 7월에 열려
“토요일 저녁의 종로서적 입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그들은 어디선가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기를, 혹은 자신도 누군가의 이름을 외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인파로 가득한 종로 거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렸다.” 소설가 김연수의 작품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에 그려진 종로서적 모습이다. 눈에 띄는 간판도, 넓은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1907년 기독교 서점으로 시작해 2002년 문을 닫은 옛 종로서적은 그 시절 누군가를 기다리는 만남 공간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최근 국내 출판 문화 발전사에서 종로서적의 의미를 설명한 ‘종로서적 조사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박숙자 서강대 교수, 정종현 인하대 교수, 장문석 경희대 교수, 이용희 대한출판문화협회 연구위원, 안혜연 성균관대 강사 등 연구진 6명이 참여한 조사엔 연대별 종로서적의 모습과 동시기 출판∙서점 문화의 변천 과정이 담겼다. 정종현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종로서적이 약 100년 동안 유지했던 출판 문화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종로서적이 한국을 대표하는 서점이 된 것은 단순히 유명한 약속 장소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종로서적은 사보 겸 서평지였던 계간 ‘종로서적’(1997년부터 월간)을 발행했다. 1978년 10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당대 지식인∙대학생들의 서평이 이 무가(無價)지에 실려 전국 독자들에게 퍼져 나갔다. 1977년부터 서점 최초로 ‘작가와의 대화’를, 1995년엔 회원제를 도입해 서점의 독서 공동체 기능을 강화했다. 박완서 작가의 첫 독자 대담도 종로서적에서 했다. 이 외에도 종로서적은 베스트셀러 집계, 전화 도서 안내, 우편 판매 등 종전 서점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을 가장 먼저 시도한 서점이었다.
작년 ‘그때 그 시절’ 종로서적에 얽힌 사연과 자료를 공모∙기증받은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김홍도의 그림을 담은 추억의 책 포장지를 7월 종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 조선일보 2023.01.18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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