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절 조선 한센병 환자들의 격리 수용을 위해 소록도자혜의원(사진 왼쪽)을 설립한다고 공포한 1916년 2월 24일 자 조선총독부령 제7호 관제 내용(오른쪽) 국립소록도병원 홈페이지 사진 캡처
■ 소록도병원 100년 자료 정리한 정근식 교수
기록 대부분 실종·훼손
팀원 10명과 1년 동안 日·대만 등 뒤지며 수집
"소록도 자료 최초 정리… 체계적 연구 진행 기대"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국립소록도병원(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2016년)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조선 총독부가 '소록도 자혜병원'을 세운 뒤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 또는 반강제로 이주해와 이곳에서 한 세기 동안 삶의 뿌리를 내렸지만, 이들이 겪어야 했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동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의미 있는 작업이 지난해부터 진행됐다.
최근 <소록도 역사 자료집> 정리 작업을 마무리한 서울대 사회학과 정근식(58) 교수는 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0여 년 소록도의 역사와 뿌리를 추적한 기록"이라며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균형 잡힌 역사관을 갖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공자로서 사명감에 선뜻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100년 기록을 되짚어가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관리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기록 대부분이 없어지거나 훼손돼, 흩어져 있는 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도 부족해 일본, 대만 등 나라 밖까지 찾아가야 했다.
팀원 10여 명과 함께 1년여 동안 샅샅이 찾아 완성한 자료집은 무려 2,000페이지 분량에 이른다. 자료집에는 소록도 병원의 의료 기록을 비롯해 한센병 환자들의 글과 사진을 비롯해 국내외 잡지와 신문기사, 단행본, 영상 목록 등 방대한 자료가 망라됐다. 정 교수는 "그동안 개별적인 연구는 진행됐지만, 소록도에 대한 각종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흩어진 1차 자료를 분류해 목록화한 것은 큰 성과"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발병이 사실상 멈춘 현재, 소록도에는 약 600여 명의 환자들만이 남아있다. 지금은 요양병원화 됐지만, 치료제가 없던 과거에는 2만여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이곳에 격리돼 냉대와 차별을 받으며 강제노역과 학살, 생체실험 등 모진 풍파를 겪어야만 했다. 정 교수는 "한센병에 대한 잘못한 인식이 환자들에게 과도한 불행을 안겼지만, 그 기록이 대부분 절멸돼 잊혀 가고 있다"면서 "이번에 복원된 기록이 한 세기 넘게 외면받았던 한센병 환자들의 인권에 대해 주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료집에 앞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한센병 환자 38명의 생애사를 기록한 구술집을 펴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들의 삶을 드러내고 감춰진 역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치유 과정이죠.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고통의 역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정 교수는 자료집 발간이 소록도 인권 유린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관련 연구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풀어놓았다. 그는"그동안 소록도와 관련된 자료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접할 수 있어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자료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통해 체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록도 100년 역사 자료를 집대성한 자료집은 오는 5월 출간, 소록도 100년 기념에 맞춰 발간될 <소록도 100년사>의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 글ㆍ사진 손효숙기자 shs@hk.co.kr
- 한국일보 2014.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