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7-16 11:25
[인人터뷰]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 김익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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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이 세월호 참사의 기록들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세월호 기억 저장소’를 조만간 완공해 일반에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구성찬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6일로 정확히 3개월째를 맞았다. 통한의 4월 16일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만 믿고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마냥 대기했던 293명은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아직도 11명은 차디찬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바다 많이 춥지? 엄마랑 아빠랑 기다리고 있어. 얼른 돌아와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먹어야지.” “먼저 간 꽃들아! 다음 생엔 꼭 활짝 피어나 빛을 내길 바란다.” “얘들아! 넋이라도 혼이라도 절대로 이 나라 돌아보지 마라.” “내 아들아 보고 싶고 사랑한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거 알지? 너 올 때까지 여기서 꼭 있을게. 빨리 와라.” “아빠! 꼭 살아오셔서 마지막 날 같이 못 먹은 해장국 꼭 먹으러 가요. 사랑해요. -불효자 아들-.”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로 써놓은 편지는 3개월째 아들과 딸, 아버지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누렇게 색이 바래고 있다.

장례식을 치른 희생자 가족들도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집 곳곳에 오롯이 남아있는 아들딸들의 유품들을 보면서 울고 또 운다.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은 하나같이 4월 16일의 진상이 점점 잊혀지고 묻히는 것이 두렵다고 말한다. “저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혀지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잊혀지고 우리가 잊혀지는 것입니다. 잊지 않겠다고 위로해 주십시오. 노란 리본 달아주십시오. 내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십시오. 그렇게 잊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해 주십시오. 이 문제는 몇백명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만 희생자들을 위로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의 이런 바람에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오늘도 진도와 안산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고 직후부터 진도체육관을 시작으로 안산 일대까지 자원봉사자와 생존자들,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구술 작업 및 기록 보존을 하는 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http://sewolho-archives.org).’ 세월호 참사를 역사의 기록으로 모두 남기겠다며 지난달 5일 출범한 시민단체이다. 공동대표로 ‘기록 만들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익한(54)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을 지난 7일 명지대에서 만났다. 세월호의 모든 것이 담길 ‘세월호 기억 저장소’를 설계하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는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이하 시민네트워크)는 무엇을 하는 단체인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희생자 및 실종자, 생존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자, 현장지원 공무원, 그리고 현장 취재기자까지 참사에 관련된 사람들의 구술을 채록한다. 그들이 현장에서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과 사진, 활동일지, 메모, 편지, 취재수첩 등을 수집하거나 기증받고 있다. 팽목항에 써놓은 각종 글이나 노란 리본에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세월호 기록까지 모으고 있다.”

-시민네트워크는 어떻게 만들어 졌나.

“세월호 참사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래서 참사 직후 기록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진도와 안산 현장에서 각종 의미 있는 기록들을 모았다. 희생자 가족, 자원봉사자, 현장 공무원들의 입을 통해 참사의 요인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기록을 모으다 보니 ‘슬픔 분노 희망’이라는 3가지 키워드가 만들어졌다. 슬퍼하고 분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찾고자 하는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을 단순하게 처리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세월호 시민아카이브’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나 지난달 5일 서울 정동에서 기록 관리 전문단체, 시민단체 등 28개 단체 40여명이 모여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라는 단체로 확장 발전하게 됐다.”

-기록을 수집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

“사고 현장에서 활동했고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을 수집했는데 사고 직후에는 특이하게도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을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미안해서 가족들을 차마 찍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 정말 눈물이 났다. 그런 배려가 기록돼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기록들은 얼마나 모였나.

“진도와 안산에 기록 부스가 설치되어 있다. 안산 부스에는 현재 6∼7명이, 진도 부스에는 2∼4명이 상주하면서 각종 기록을 수집하고 있다. 시민네트워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사진, 문서, 동영상 등을 기증받고 있다. 참사 초기 부스를 설치할 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힐끗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겪은 슬픔과 분노를 풀어내고자 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났다. 지금은 자발적으로 그날의 기록들을 모아 기증하고 구술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직은 정확한 집계를 안 하고 있지만 400여 박스 분량의 방대한 기록물이 모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록은 어떤 식으로 저장되고 어디에 모아지나.

“현재 수집된 수많은 기록은 안산 고잔동에 들어설 ‘세월호 기억 저장소’에 보관될 예정이다. 1사무실과 2사무실로 나뉘는데 1사무실은 35평 규모로 이달 말 완공될 예정이고 2사무실은 60평 규모로 9월말에 들어설 계획이다. 1사무실에는 기록 분류 등을 위한 작업 공간과 희생자 가족·지역 주민들을 위한 이야기 카페가 조성된다. 2사무실에는 희생자 개개인들의 서고와 전시관 등이 들어선다. 유명 건축가, 각종 재단, 지역 공인중개사 사장 등이 사무실 건립에 필요한 비용 등을 십시일반으로 모아주고 있다. 재능기부를 하려는 업체들의 손길도 몰리고 있다. 전쟁 같은 참사 속에서도 서로 다독이고 위로하며 배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즉 ‘사랑의 기록’이 넘쳐나고 있다. 슬픔과 분노에도 희망을 볼 수 있어 뿌듯하다.”

-기억 저장소의 이야기들은 어떻게 공개될 예정인가.

“현재 희생자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기록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 것 같다.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과 상의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요일을 정해 수집된 기록 일부를 매주 공개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 내로 매주 화요일 ‘가족 이야기 한마당’을 안산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희생 학생들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야기해주는 한풀이 장이 될 것이다. 공동체 회복운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 한마당을 통해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 최소 5년, 최장 10년 동안 이뤄지는 장기적인 부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안산에 자주 내려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주 화요일부터 2박3일 안산에서 생활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아직까지도 일부 가족은 밤 12시가 넘어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집안 곳곳에 온전히 남아있는 아이의 유품 때문에 집에 들어가면 눈물이 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꾸준히 잊지 않고 도와주고 함께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호 기억 저장소 외에 어떤 계획이 있나.

“세월호 참사를 영원히 기억하게 할 상징물이 사고 현장인 팽목항에 세워져야 한다고 본다. 팽목항 주차장 뒤쪽에 구릉지대를 조성해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그 위에 올려놓고 예술적 작업을 해서 아이들을 기리는 추모 공원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후 팽목항을 지나는 모든 선박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세 번의 경적을 울리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소리가 잊지 말라는 메아리로 대한민국에 울려 퍼졌으면 한다.”

김익한 공동대표 누구… 국내 최고 기록 전문가, 現 국가기록연구원장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은 국내 최고 기록 전문가다. 김 원장은 한국 기록학의 철학과 방법론을 세운 데 이어 현재의 국가기록관리제도의 틀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정부기록보존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1998년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을 창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열악한 한국 기록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함께 기록문화전시회, 기록관리실태 고발 등에 앞장서고 있다. △1960년생 △서울대 국사학과 △도쿄대 대학원 문학박사 △정부기록보존소 전문위원 △한국기록학회 총무이사 △디지털기록정보연구센터 소장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원장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 국민일보 2014.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