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카이브 시대를 맞이하는 그들의 자세
홍콩에 소재한 AAA(Asia Art Archive)의 라이브러리와 이들의 웹사이트에는 수만 점의 물리적 자료와 디지털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웹사이트는 이미지, 문서 외에도 서신, 아티스트의 개인 자료들을 비롯하여 아티스트 토크, 강연, 심포지엄 시청각 자료 등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하지만 AAA는 사람들이 찾아주기만을 기다리는 정체된 자료 보관소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아시아 현대미술에 관한 대화와 연구를 중개하는 유연한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온라인 저널 Field Notes를 발행하고, 리서치 프로젝트와 리서치 그랜트(Research Grant)를 기획하며, 모바일 라이브러리(Mobile Library), 레지던스, 심포지엄과 토크, 교육 등의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AAA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동을 장려하는 생산적인 열린 공간이다.
AAA 기획연재 첫 번째 편에서는 설립부터 현재까지 보여준 AAA의 발전 과정과 행보, 그리고 아카이브의 핵심인 컬렉션의 방향 설정과 연구에 대해 도서관장 리디아 나이(Lydia Ngai, Head Librarian)와 컬렉션 개발팀장 자넷 챈(Janet Chan, Head of Collection Development)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AAA 컬렉션의 형성과 구성 _ 도서관장 리디아 나이
리디아 나이(Lydia Ngai)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의 도서관장(Head Librarian)이다. 2008년부터 AAA의 디지털 아카이브와 라이브러리 컬렉션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전에는 홍콩의 미술과 디자인 역사에 관한 문화 리서처로 활동했다. 2003년 뉴사우스웨일스 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서 정보경영학 석사(Master of Information Management)학위를 받았고, 홍콩으로 돌아오기 전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러 대학도서관에서 근무했다.
AAA에 몸담으면서 진행한 라이브러리 컬렉션 형성 경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2008년 AAA에 합류했다. 지난 5년 남짓 동안 컬렉션과 조직 구조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습관적인 낡은 관행을 폐지하기 위해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했고, 리서치 부서를 재편하면서 생긴 과제들을 풀어보고자 노력했다. 정보경영학을 공부한 나로선 아카이브에서 발생하는 도전 과제들엔 익숙한 편이지만, 미술 컨텐츠를 다루는 일은 다소 낯선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부서와의 협력은 필수적이기에 새로운 정보에 대해 열린 자세로 임하며 적응하려 노력한다.
모든 아카이브에서 컬렉션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AAA 컬렉션 범주의 구성과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우리 웹사이트에서 밝히고 있듯 AAA는 아시아 현대미술사에 대한 최근 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 그 분야에 대한 이해, 연구, 글쓰기를 촉진시키는 것, 기존의 글로벌 서사를 풍부하게 하는 것, 아카이브의 역할을 다시 재고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컬렉션의 방향은 자연스레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컬렉션의 범주를 크게 두 가지로 보면, 수장고에 보관되는 스페셜 컬렉션(Special Collection)과 일반 컬렉션으로 나눠진다. 스페셜 컬렉션이란 개인 기증 자료를 포함하여 1차 자료와 희귀 자료에 특별히 중점을 둔 리서치 프로젝트로부터 모아진 아카이브를 뜻하며, 일반 컬렉션이란 도서관 서고의 자료들을 의미한다. 우선 스페셜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보겠다. 많은 경우 스페셜 컬렉션은 AAA 연구자들이 기획한 프로젝트에서 자료를 획득한다. 지타 카푸어(Geeta Kapur)와 비방 선다람(Vivan Sundaram)의 인도 근현대미술 기록 자료를 디지털 정보로 바꾼 ‘Another Life: The Digitised Personal Archive of Geeta Kapur and Vivan Sundaram’ (2010-2011)와 필리핀 예술가 로베르토 샤베(Roberto Chabet)의 작업 활동 자료를 프로젝트화한 ‘The Chabet Archive: Covering Fifty Years of the Artist’s Material’ (2008-2009) 등은 리서치 프로젝트로부터 얻은 아카이브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연구자는 해당 프로젝트의 시행을 결정하기 전에 향후 컬렉션의 중요성을 가늠하고 정당화한다. 모든 자료를 특정 맥락에서 바라보고 그 맥락이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범주에 적합한지 검토한 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한다. 무엇보다도 수집하고자 하는 자료가 아시아 현대미술 발전에 얼마나 중요하고, 이를 어떻게 드러내는지 평가한다. 개인 기증자들로부터 받은 스페셜 컬렉션 자료 또한 이와 비슷하게 그 자료의 문맥에 따라 평가한다. 하지만 일반 컬렉션은 기관 및 개인의 기증, 프로젝트 연구자들의 수집활동, 라이브러리팀(Library Team)과 외부 고문들의 추천을 통한 구입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컬렉션 형성에서 라이브러리팀과 리서치팀은 서로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하고 또 협력하는가.
AAA 컬렉션의 기조는 리서처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 중심의 컬렉션 과정에서 아카이브 대상의 시기, 지역, 인물 간의 공백이 발생한다. 이를 인식한 후 지난 1년 동안 리서치팀의 재편이 이루어졌고, 라이브러리팀도 그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라이브러리팀의 주요한 변화 중 하나는 일반 컬렉션을 구축할 때 좀 더 재량권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스페셜 컬렉션은 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생성되는데, 이 경우 리서치팀이 물리적 자료와 디지털 자료를 획득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라이브러리팀은 리서처팀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라이브러리팀은 소장 자료의 저작권자들에게서 저작권 승인을 받고자 노력한다. 이 일은 AAA의 컬렉션을 온라인에서 사용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앞에서 말한 아카이브 구축 과정에서 생기는 공백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가.
AAA는 여전히 젊은 기관이고, 우리가 다루는 주제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아카이브가 매우 포괄적이다. 솔직히 AAA가 얼마나 활동적이고 컬렉션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주제에 관한 한 우리 컬렉션은 절대로 완전해질 수 없을 것이다. 컬렉션 형성에 있어 예전에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지역 리서처들의 감각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AAA 구성원 네트워크에 좀 더 의존한다. 이는 다양한 각도를 통해 AAA 컬렉션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다른 접근법일 뿐, 완벽한 컬렉션을 만들고자 하는 전략적 변화는 아니다.
디지털 분야로 말하자면, 다양한 미술 관련 정보들에서 메타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중앙 집중 검색 플랫폼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포털 형성과 주제 중심 플랫폼 형성은 AAA 라이브러리에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 자료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담아내는 개별 기관의 노력보다 포털 및 플랫폼을 형성하는 공동의 노력을 더욱 신뢰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용자의 정보 수요에 부합하는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일반 컬렉션 구축에 관한 세부적인 계획을 듣고 싶다.
첫번째로 2014년은 소장 자료 구입에 집중할 것이다. 구입 자료는 AAA 관계자와 자문위원들이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결정한 목록과 모바일 라이브러리(Mobile Library)와 읽기목록(Shortlists)을 포함한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다. 많은 준비과정을 통해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에 있으며, 올해 자료 구입 예산은 전년도 2배 가까이 높게 책정했다. 둘째, 라이브러리팀은 AAA 컬렉션을 강화하는 방식 중 하나로 ‘읽기목록’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는 다양한 교육 및 퍼블릭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료 조사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점을 주지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시작점을 제공하고자 특정한 주제나 지역에 정통한 고문들을 초청해 라이브러리팀원과 함께 추천 읽기목록을 만들고 있는데, 이 작업은 우리가 아직 소장하지 않은 지역적, 주제적으로 중요한 출판물들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1) 셋째, 라이브러리팀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지역에 AAA 컬렉션을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자료들을 생성하는 모바일 라이브러리를 공동으로 조직해왔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컬렉션을 소개하고 교류하는 일, 해당 지역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들도 포함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베트남과 스리랑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14년에는 미얀마로 향한다. 특히 올해는 주요 잡지 출판사에 자료 기부를 요청하여 모바일 컬렉션을 강화하고, 고문들의 추천을 받아 중요한 자료들을 구입하여 해당 지역의 관심에 맞춘 컬렉션을 구축할 것이다. 넷째, 라이브러리팀은 출판사와 미술기관에서 발행하는 신간과 프로그램 소식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지역보다는 주제 중심으로 자료를 요청하고 구입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AAA 구성원들이 다니면서 방문한 대안공간이나 소규모 미술기관들의 자료를 구입할 별도의 기금을 마련할 것이다.
1) 현재 인도, 필리핀, 일본, 중국, 베트남, 대만, 홍콩 미술에 관한 읽기목록이 있으며 "Exhibition as Site" 시리즈의 읽기목록이 진행 중에 있다. 읽기목록은 웹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컬렉션 자료의 성격은 물리적 자료와 디지털 자료로 나뉜다. 원래 디지털인(born-digital) 자료를 수집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디지털화(digitalization)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 물리적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디지털 자료 수집에 집중하고자 한다. 앞으로 AAA 컬렉션에서 디지털 자료의 비중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디지텉화 작업을 피할 수 없는데, 역사적 기록물일 때 특히 그러하다. 여기서 본질은 자료들이 함축한 ‘역사적 중요성’이다. 리서치팀은 기증자와 함께 AAA의 ‘데이터 구조’ 내에서 자료들의 중요성을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자료는 걸러지고, 어떤 것은 우선적으로 처리된다. 결국 선별된 자료들만이 디지털화를 거쳐 최종적으로 온라인에 공개된다.
AAA의 중요한 철학 중 하나는 사용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오픈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접근 용이한 온라인 아카이브를 위해 검색 기능을 강화하는 '키워드 프로젝트(keyword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자료 이용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아카이브 작동 방법들을 전체적으로 다뤄야 한다. 키워드 시스템은 AAA 내부 자료들 사이의 상호 참조 역량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방식들 중 하나일 뿐이다. 쉽게 말해 게티(Getty)의 AAT(Art & Architecture Thesaurus® Online)2) 와 같은 기능을 하는데, 단지 아시아 컨텐츠 중심의 소규모 방식이라는 점만 다르다. 한편 키워드 이외에 검색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메타데이터 기능을 발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AAA가 제작한 자료를 Creative Commons3) 에 공유하는 일이다. 또한 우리의 메타데이터를 예술 및 문화 관련 포털사이트에 공유해서 보다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AAA 웹사이트 이외의 외부 채널을 통해서도 우리의 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계획 중이다.
2) 게티의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들을 찾아볼 수 있는 검색툴이다.
3) 창작물 공유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를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자발적으로 공동 자산화하는 개념을 일컫는다. 창작자가 오픈하여 공유한 창작물을 서로 향유하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건강한 문화?지식콘텐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기에 놓인 AAA의 변화와 행보_ 컬렉션 개발팀장 자넷 챈
자넷 챈(Janet Chan)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의 컬렉션 개발팀장(Head of Collection Development)이다. 새로 도착한 아시아 관련 자료들을 확인하는 일에서부터 아카이브에 누적된 컬렉션을 평가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일까지 AAA 컬렉션 전반을 감독하고 계획한다. 홍콩대학(University of Hong Kong) 비교문학과(Department of Comparative Literature)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AAA 활동 이외에도 미술, 학술기관 및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지역 미술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리서치, 교육, 큐레이토리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AAA는 10년이 넘어가면서 과도기를 겪고 있다. 조직이나 행보에서 변화를 목격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기관 내 부서 개편이 눈에 띈다. 어떤 연유에서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나?
나는 2007년 AAA에서 리서치 코디네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홍콩을 비롯해 중국, 인도, 필리핀, 대만, 한국, 일본 등에서 활동하는 해외 리서처들의 활동을 코디네이팅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에는 리서치팀의 부팀장을 거쳐 현재는 리서치팀과 라이브러리팀의 중간에서 컬렉션 개발팀장을 맡고 있다. 활동 초기부터 AAA의 미래에 대한 일종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온라인 저널 Field Note의 두 번째 호인 ‘Archive as Method(방법론으로서의 아카이브)’를 동료와 함께 기획하면서 아카이브의 발전 단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리서치 중 참고한 책에서 상당히 공감한 내용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1세대 아키비스트는 모든 자료를 환영하는, 다소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축적한 자료가 없을 테니 이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세대는 지금까지 축적한 자료를 보며 불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축적된 자료의 밀도와 소화 가능성에 대해 아주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데 고심해야하는 어려움 때문이란다. 이러한 일반적인 아카이브의 발전 경향이 AAA의 발전 과정과도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에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 우리는 벌써 10년을 훨씬 넘어섰지만, 많은 사람들이 AAA가 컬렉션을 하는 이유와 AAA의 강점 등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는 AAA가 변화해야 할 당위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 점에 동의한다. 나 또한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보이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우리는 축적한 자료들을 다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사실 2005년 싱가포르 큐레이터이자 평론가인 리 웽 초이(Lee Wen Choy)는 중국미술잡지 [Issue]에 AAA의 발전 과정과 임무를 소개하며, “AAA는 향후 자신들이 축적한 엄청난 컬렉션과 그 동안 일어난 사건을 재해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가 한국 리서처로 일할 때 중요했던 일 중에 하나가 미술 행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매뉴얼에 맞춰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AAA는 이런 작업에 회의적인 듯하다.
그렇다. 이전에는 동시대 미술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접한 뉴스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소셜 미디어로 그것을 기록하기 때문에, AAA가 해온 사진기록 작업이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보를 기록하고 순환하는 방식이 바뀌었으니, 우리도 기록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기록과 그것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요즘 AAA가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수많은 사진 자료와 문서들을 모두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간, 경비, 필요성 등을 고려하며 왜 이 자료를 디지털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자문한다.
AAA의 전략팀, 교육팀, 라이브러리팀의 구성원을 만나봤는데, 예전에 비해 부서간의 교류와 통합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AAA 구성원 모두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서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인터페이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부서간의 교류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누가 어떤 일을 했고 하고 있는지 잘 알게 되었고, 우리가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누가 물었을 때 굳이 검색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답할 수 있다. 물론 기억력의 한계가 있지만, 사소한 사건과 노력도 잊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아카이브는 일련의 축적된 결과물이므로 작은 일 하나하나까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부서간의 교류와 협력은 이러한 아카이브 작업의 특성을 잘 살리고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항상 협력 부서뿐만 아니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눈과 귀를 열어두고, AAA를 향한 조언과 평가에 귀 기울이려 한다. 또한 AAA의 컨텐츠와 시스템, 방법론, 전략 등이 부서 간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AAA 컬렉션을 재검토하고 향후 방향을 설정하는데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내부 구성원을 비롯하여 외부 전문가들, 특히 특정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요즘엔 박사과정 연구자들과 컬렉션을 분석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지닌 깊은 지식과 정보는 큰 도움이 되고, 그들 또한 연구에 열정적이다. 일례로 편집이 안 된 인터뷰 동영상을 함께 검토하며 주석을 만드는 일은 기존 컬렉션을 다시 돌아보는 좋은 경험이 된다. 무엇보다도 컬렉션을 재검토함에 있어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한 복합적인 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새로운 컬렉션을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기존의 기증 형식, 리서처들의 프로젝트와 수집 활동뿐만 아니라 AAA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동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아카이브가 되고자 한다.
-이성희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아트인컬처]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어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의 한국 리서처로 일했다. 주로 현장을 기록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해왔다. 현재는 한국 미술관련 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과 전시기획을 하고 있다. 2013년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여하여 2014년 <본업: 생활하는 예술가(Art as Livelihood)>(두산갤러리, 서울)를 공동 기획하였다. 프로젝트비아의 파일럿 프로젝트 지원에 선정되어 2014년 11월에 <오큐파이 무브먼트 이후_홍콩과 서울>(아트스페이스풀, 서울)을 기획한다.
-아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