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950년대 영화 포스터들이 의외로 화려하고 대담하죠.” 28일부터 동국대 문화관에서 ‘한국영화·연극 희귀자료전’을 여는 안병인 한국애서가클럽 회장이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사무실에서 액자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안 회장은 “연대별 영화 포스터나 광고지를 보면 당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
28일부터 동국갤러리서 희귀자료전 여는 안병인 애서가클럽 회장
‘조선영화상영회 상영작 낙화유수 장화홍련전 여명 심청전… 입장요금 상석은 50전 하석은 30전. 소인은 반값.’
1920년대 일본에 소개된 한국 영화 상영회 홍보물이다. 이 같은 일제강점기 시절 영화 홍보 전단 100여 점과 1950년대 영화 포스터, 전단지 등 총 270여 점의 영화 사료가 전시되는 ‘한국영화·연극 희귀자료전’이 28일 동국대 문화관 동국갤러리에서 열린다.
행사를 기획해 준비하고 있는 안병인 한국애서가클럽 회장(55)은 “전시회를 한번 해보자고 회원들에게 연락했더니 옛 영화 인쇄물이 순식간에 3000점 넘게 모였다”며 “보존 상태도 무척 좋고, 자료 수집에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애서가클럽은 고서 등 각종 책을 모으는 수집가들의 모임이다. 클럽 이름을 애서가클럽으로 정한 이유는 모든 문화의 출발점이자 중심이 책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교학을 전공하고 불교진흥원에서 약 20년간 근무한 안 회장은 현재 전시기획 등을 하는 한국박물관문화원 대표로 있다. 군 제대 후 인사동 고미술품 가게에서 우연히 눈에 띈 찻잔을 물어보기 위해 가게에 들어간 게 계기가 돼 수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의 사무실에는 회원들이 보내온 영화 관련 자료를 연대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 회장은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홍보물을 분류하다 보면 당시 사회 분위기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우리나라 영화뿐만 아니라 서구에서 수입된 영화가 종종 상영이 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포스터는 ‘파라마운트’, ‘유니버셜’ 같은 해외 영화 배급사 이름을 제일 앞에 써서 강조하기도 했어요. 인기가 많은 영화는 서부 활극 영화였는데, 일제강점기 억눌린 마음을 서부 영화를 통해 잊으려 한 게 아니었을까요.”
안 회장은 또 “인쇄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단색 위주에 오탈자가 많았던 일제강점기 홍보물과는 달리 6·25전쟁 직후인 1950∼1960년대 영화 포스터는 화려한 총천연색을 활용했고, 논란이 될 정도의 파격적인 포스터도 있었다”고 말했다. 1956년에 만들어진 ‘자유부인’ 포스터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남녀 배우가 입을 맞추기 직전 장면이 그려져 있었고, 일부 외화 포스터는 제법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여배우를 커다랗게 그려 넣기도 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독재정권의 억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의 과도기에 나타났던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하지만 애서가클럽에서는 이 자료들을 계속해서 일반에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전주, 부천, 제천 등에서 영화제 개최 기간에 이 자료들을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무로 등 한국 영화의 메카에 상설 박물관이 생겼으면 하는 꿈도 있다.
“이런 자료는 찾기도 어렵지만 보존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개인이 보관하다가 그분이 돌아가시면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죠.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이런 사료들의 가치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안 회장은 “개막식에서 관람객에게 1980년대 영화 포스터 한 장씩을 선물할 계획”이라며 “혹시나 이런 행사를 계기로 누군가 수집가의 길에 들어선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이원주 기자. 201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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