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9-10 18:45
기획연재 '아카이브의 과거-현재-미래' Ⅲ -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AA) 사례를 중심으로
   http://www.theartro.kr/issue/issue.asp?idx=76 [531]
미래를 향한 준비, 디지털 아카이브

아카이브에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AAA가 상정하고 있는 기본 목표이다. AAA는 설립 이래로 자료를 모아 업로드해오고 있다. 이 자료에 주석을 달아 조직화 한 뒤, 또 다시 통합하고, 사회화하고, 연결시키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역량을 발전시켜왔다. AAA는 그들의 활동을 자료의 소유권 확보에 두지 않으며,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보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2012년 AAA가 새롭게 런칭한 웹사이트는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아시아 현대미술의 자료를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그들의 목적을 실현한다. 이 웹사이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컬렉션 온라인(Collection Online)은 아시아 전역의 연구원들과 미술인들이 수집한 일차 자료를 디지털화한 온라인 아카이브이다. 디지털 이미지, 서신, 작가 개인 자료, 오디오, 퍼포먼스 비디오 자료는 물론이고 토크, 강연, 세미나, 비디오 자료를 공유하는 프로그램 온라인(Program Online)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록의 디지털화, 스페셜 컬렉션(Special Collection)의 탄생

AAA 스페셜 컬렉션은 1차 자료 및 희귀한 문서들에 특별한 주제에 초점을 맞춘 집중적인 리서치 프로젝트의 자료와 기증된 개인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이 프로젝트는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일하는 AAA 연구원들이 지역의 미술사적 중요성을 고려해 제안한 것으로, 그 지역의 미술 현장과 미술사적 흐름에 밝은 연구원들, 미술인들, 협력 기관들과 공동으로 진행된다. 리서치 되는 내용으로는 ‘역사적 중요성’을 기준으로 그 지역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 큐레이터, 기관 혹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다룬다. 예를 들어, 큐레이터라는 한 개인을 아키이빙 한다면 각종 서신을 비롯하여 그가 쓴 글들, 기획한 전시, 조명한 작가의 작품 관련 자료들을 수집한다. 즉, 사진이나 문서 형식으로 이루어진 거의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그에 맞는 주석을 단다. 아카이빙이 끝난 원본은 원작자에게로 돌려주는데, 기증 자료인 경우에는 수장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하나의 대상마다 수백, 수천 점에 달하는 자료는 항목에 따라 온라인에 저장된다. 온라인에서 프로젝트 소개 글로 전체적인 윤곽을 잡은 후 분류 체계를 따라 꼼꼼히 세부 항목을 열어본다면 아주 생소한 미술 현장도 머릿속에서 시각화할 수 있다. 이렇듯 디지털화된 스페셜 컬렉션은 중요하고 희귀한 자료를 보다 많은 대중과 공유하고자 하는 AAA의 목표에 다가서게 한다.

(1) 살롱 나타샤 아카이브(Salon Natasha Archive)

2010년 AAA는 살롱 나타샤의 공동 설립자이자 큐레이터인 나타샤 크라에프스카이아(Natalia (Natasha) Kraevskaia, 1952)와 협력하여,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살롱 나타샤가 기획한 전시와 아트 프로젝트 자료를 디지털화했다. 이는 1990년대 베트남 미술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대안 공간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90년대 베트남 현대미술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특히 1986년 도이 모이(Doi Moi)1) 정책이 발효된 이후 정부가 예술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어떻게 이에 응답하며 개혁을 시도했는지를 보여준다. 1990년에 설립된 살롱 나타사는 하오이 작가 부단탄(Vu Dan Tan, 1946-2009)과 그의 러시아 태생 부인 나탈리아(나타샤)가 거주하는 집이자 스튜디오였으며, 예술가들의 사교장이자 전시 공간이었다. 수도 중심에 위치하여 설립 당시 정부가 담당하는 미술 기관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곳만이 유일하게 예술적 실험을 위한 곳으로써 운영되었다. 거주지이자 작업실을 다시 전시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외부 펀딩에 전혀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조직 체제에 구애 받지 않고 철저한 독립적인 예술 공간으로 자유롭게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순수한 예술적 실행을 실험할 수 있는 선구적 공간이자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공간이었던 살롱 나타샤는 이십여 년의 활동 기간 동안 창작 협업, 기획전, 퍼포먼스, 국제 교류 등 백여 건 이상의 행사를 기획했다.

AAA의 살롱 나타샤 프로젝트는 도이 모이 정책의 시행과 함께 시작된 경제 혁신에 따른 예술계의 움직임을 다른 방향에서 추적하고자 했다. 사실 베트남 미술사 연구는 관련 자료들의 소실로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전쟁과 그 이후의 경제난, 정부의 엄격한 검열로 인해 작가들이 자신들의 스케치북, 노트북, 사진 자료 기록물을 거의 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살롱 나타샤는 예술가들의 사적 표현을 격려하며, 정부 검열 하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법한 전시와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베트남의 주요 작가들이 활동을 시작하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대표적인 예로 르홍타이(Le Hong Thai, 1966)와 쭈옹탄(Truong Tan, 1963)은 무명 때부터 살롱 나타샤와 함께 했고, 응우옌민찌탄(Nguyen Minh Thanh, 1971),과 응우엔반꾸옹(Nguyen Van Cuong, 1976)은 대학 4학년 때 이곳에서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1) 베트남어로 도이(Doi)는 ‘변경한다’는 뜻을 ‘모이(Moi)는 ‘새롭게’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도이 모이는(Doi Moi) 쇄신을 뜻하는데, 1986년 구엔 반 린이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한 후 제6차 대회에서 채택한 정책 슬로건이다. 공산주의라는 정치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개방과 시장경제 논리를 받아들이려는 정책이다.

살롱 나타샤 컬렉션의 기록물은 이십여 년 동안 수집된 팔천 삼백여 개의 파일이 연도순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여섯 개의 주요 섹션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보여준다. 첫째로 ‘살롱 나타샤 개관 이전 1980년대: 부단탄의 스튜디오(1980s Before the Opening of Salon Natasha: Vu Dan Tan’s Studio)’는 살롱 나타샤가 예술 공간으로 개관하기 전, 부단탄 스튜디오로 활동했던 시기를 조명한다. 하노이의 지성인 무리에 속했던 부단탄의 부친이자 출판사의 발행인이었던 부딘롱(Vu Dinh Long, 1896-1960)이 스튜디오 활동에 관여함으로써, 이곳은 곧 지성인과 보헤미안 그룹의 활동 무대가 되었다. 1980년대 베트남 시민들은 공식적인 목적을 제외하고는 외국인과 소통하는 일이 금기시되었기 때문에, 그의 스튜디오는 자연스레 국제적인 문화 예술 커뮤니티를 위한 비밀 공간 역할을 했다. 따라서 예술가, 문필가, 영화감독, 음악가 등 많은 지식인들이 이 공간을 자주 드나들며 교류했고, 베트남 국민화가 부아수안파이(Bui Xuan Phai, 1920-1988)를 비롯한 그 밖의 화가들 역시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이 섹션에서는 이러한 방문객들의 사진 자료와 작가들의 스케치 작품이 함께 모아져 있다. 두 번째는 ‘1990-1993 살롱 나타샤의 시작(1990-1993 the Beginning of Slon Natasha)’이다. 1990년 스튜디오를 살롱으로 변경하기 전, 부단탄은 삼년간 구소련에 살았다. 그곳에서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정책이 발효된 이후에 시각예술에서 나타난 극적인 변화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페레스트로이카를 도이 모이 정책과 동일 선상에서 볼 때, 도이 모이는 사실 베트남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따라서 부단탄은 모국의 예술적 자유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자신의 스튜디오를 아내의 이름을 딴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된 것이다. 이 시기의 자료는 살롱 나타샤의 본격적인 활동과 향후 경영에 기반이 된 오백여 개의 파일을 포함한다. 세 번째는 ‘1994-2011 살롱 나타샤의 주요 활동(1994-2011 Main Activities of Salon Natasha)’이다. 1994년부터 해외를 포함하여 연간 일곱 번의 전시와 예술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기금 마련을 위한 경매, 협업 프로젝트,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국제 전시와 컨퍼런스 등이 포함된다. 2005년에는 전시 활동을 중단한 채 부단탄의 스튜디오로만 이용했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에게는 문을 열어두었다. 2009년 부단탄이 세상을 뜬 후로는 아내 나타샤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이 부분의 자료는 사천 칠백여 개의 항목으로 나눠져 있으며 살롱 나타샤의 핵심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전시 도록, 작가 약력, 작가 노트, 가격표, 전시 작품과 오프닝 사진, 작가와 큐레이터가 주고받은 서신, 전시 리뷰 등이 포함된다. 이 밖의 섹션으로는 부단탄과 나타샤가 작가들로부터 선물 받거나 간간이 직접 구입한 작품으로 구성된 ‘살롱 나타샤의 아트 컬렉션(Art Collection of Salon Natasha)’, 살롱 나타샤에서 활동한 작가들과 예술 애호가들의 자유롭고 친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살롱 나타샤와 아트 커뮤니티(Salon Natasha and the Art Community)’, 독일, 러시아, 스페인 TV 채널에서 살롱 나타샤를 다룬 방송이나 리뷰가 실린 자료 목록 등을 포함하는 ‘언론에서의 살롱 나타샤(Salon Natasha in the Media)’가 있다.

(2) 또 다른 삶: 기타 카푸어와 비반 순다람의 디지털 개인 아카이브
(Another Life: The Digitised Personal Archive of Geeta Kapur and Vivan Sundaram)

2010년 1월 AAA는 큐레이터인 기타 카푸어와 작가 비반 순다람의 인도 근현대미술 아카이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AAA가 인도의 개인 아카이브를 최초로 디지털화했던 작업으로, 1960년대부터 기타 카푸어와 비반 순다람이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왕성한 활동 기간 동안에 제작된 작품 및 글들뿐만 아니라, 지난 오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술 현장을 기록한 자료들이 포함되어있다. 그들이 인도 미술계에 기여한 바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테 무엇보다 담론의 변화를 모색하게 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카푸어는 미술 비평가이자 큐레이터로서 전 세계의 미술 기관과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해왔고, 작가이자 저명한 아키비스트인 순다람은 지난 사십여 년 동안 주요 전시들을 통해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인도 미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두 인물이 오십여 년의 여정 동안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해온 자료들을 AAA가 디지털화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미래를 위해 남겨지게 되었다.

카푸어와 순다람의 아카이브를 디지털화할 때 그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춰 일곱 개의 섹션으로 분류하였다. 우선 ‘작가들(Artist)’ 섹션에서는 육천 오백점 이상의 작품과 전시 전경의 이미지를 포함시켰다. 작품 이미지들은 암리타 세어 길(Amrita Sher-Gil, 1913-1941)과 같이 1930년대 활동한 작가들에서부터 2010년에 활동한 신진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며 후세인(M. F. Husain, 1915-2011), 티엡 메타(Tyeb Mehta, 1935-2009), 나스린 모하메디(Nasreen Mohamedi,1915-2011), 부펜 카카르(Bhupen Khakhar, 1934-2003), 실라 고우다(Sheela Gowda, 1957) 등 저명한 작가들의 자료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전작이 일괄적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라 카푸어와 순다람의 선호도와 취향을 반영하여 아카이빙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둘째로 ‘다른 전시와 행사들(Other Exhibitions and Events)’에서는 1946년 이후의 그룹전과 행사에 관련된 자료 천 백 오십 개의 기록물들을 보여준다. 이 중에는 매우 희귀하고 중요한 전시도록 『진보적인 예술가 그룹』(Progressive Artists Group, 1964), 『그룹 1890』(Group 1890, 1963), 『트리엔날레 전시를 거부한 여섯 명』(SIX who declined to show at the Triennale, 1978) 등을 스캔한 디지털 자료도 보존되어 있다. 세 번째 부분인 ‘카시울리 아트센터(Kasauli Art Centre)’는 1976년에 설립된 인도 최초의 국제적인 예술가 레지던스로서의 활동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매년 워크샵과 학술 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일반적인 예술가 공동체와는 성격을 달리했다. 카사울리 아트센터는 곧 예술가, 비평가, 역사가, 연극인, 무용인, 영화인들이 모이는 예술의 중추가 되었다. 또한 여기 모인 다수의 학자들이 이후 비교문학, 영화 이론, 대중문화 연구 관련 교수와 강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인도 문화 연구에서 핵심적인 공간으로 여겨진다. AAA는 이 센터가 문을 연 1976년부터 치러졌던 행사에 관한 사진 기록물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여 디지털로 제작했다.

이후 섹션들은 카푸어와 순다람의 활동에 관한 아카이브다. 네 번째 ‘기타 카푸어: 큐레이토리얼 작업(Geeta Kapur: Curatorial Work)’은 카푸어가 1978년부터 기획한 전시에 관한 이미지, 기관, 담당자들과 교환한 서신, 작업 기록, 절판된 도록을 스캔한 자료를 소개한다. 초기의 전시였던 〈회화적 공간〉(Pictorial Space, Lalit Kala Akademi, New Delhi)부터 2003년 〈지하: 시티폴드의 작품들〉(subTerrain: artworks in the cityfold, the House of World Cultures, Berlin)에 이르기까지 많은 큐레이팅 작업을 보여준다. 다섯 번째로 ‘기타 카푸어: 에세이와 강의(Geeta Kapur: Essays and Lectures)’에서는 1970년대의 신문이나 학술 저널에 출판되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카푸어의 초기 저작을 비롯하여 1980년대 앤솔로지, 저널 도록 등에 실린 주요 에세이, 1995년 이후 카푸어의 강의 노트와 강의 자료 등의 컬렉션을 포함한다. ‘비반 순다람: 예술적 활동(Vivan Sundaram: Artistic Career)’은 순다람의 작품과 전시 전경, 설치 과정을 기록한 사진을 디지털화한 천여 개의 이미지로 구성된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제작한 회화들과 1990년에 회화 제작을 멈추고 조각, 설치, 사진, 비디오로 작업 방향을 돌린 그의 활동들을 상세하게 시각화한다. 서신, 전시 기획안, 장소 특정적 작업의 예산과 설계에 관한 기록물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그가 자신에 관한 육백여 가지의 기사, 리뷰, 인터뷰를 모아 놓은 다섯 개의 스크랩북도 디지털화해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비반 순다람: 퍼블릭 프로젝트(Vivan Sundaram: Public Project)’는 그가 국내외 예술가 프로그램과 워크샵을 기획하며 사회 운동가이자 큐레이터, 그리고 편집장으로서도 활동한 면모를 드러낸다. 그는 인도의 연극인이자 사회 운동가인 사프다 하시미(Safdar Hashmi, 1954-1989)의 죽음을 기념해서 조직한 사프다 하시미 메모리얼 트러스트(Safdar Hashmi Memorial Trust(SAHMAT))의 창립멤버로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3) 미래를 위한 자료들: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중국 현대미술의 기록
(Materials of the Future: Documenting Contemporary Chinese Art from 1980-1990)

지난 삼십여 년 동안 중국 현대미술이 급속히 발전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진행된 적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AAA가 처음 착수한 장기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1980년부터 1990년까지 상당수의 기록물, 출판물, 비평문이 실제로는 생산되었지만 현재 그 아카이빙 자료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아카이빙 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여서 체계적인 수집이 불가능했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자료들은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에게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AAA는 중국 현대미술사 자료들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일이 미래에 연구와 비평문을 생산하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믿고 이 작업을 수행했다. 2006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단행본, 정기간행물, 신문, 전시 기록, 초대장, 비디오 기록, 서신 등 1차 리서치 자료의 포괄적인 컬렉션을 발전시키는데 그 목표를 두었다.

또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인 아카이브 자료 팔만개 이상의 항목을 디지털화했다. 여기에는 마오쉬후이(Mao Xuhui, 1956), 우산주안(Wu Shanzhuan, 1960), 장샤오강(Zhang Xiaogang, 1958), 장펠리(Zhang Peili, 1957)와 같은 중국 작가들, 큐레이터 혹은 비평가인 페이다웨이(Fei Dawei, 1954), 루펭(Lu Peng, 1967), 젱셩티안(Zheng Shengtian, 1938), 그리고 도쿄 아트갤러리(Tokyo Art Gallery)의 아카이브를 포함한다. 또한 연구 진행 차원에서 주요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들과 함께 만든 일흔 다섯 개의 심화 인터뷰도 제작했다. 이 연구의 연장선상으로 〈장폴 샤르트르에서부터 테레사 텡까지: 1980년대 광둥 현대미술〉(From Jean-Paul Sartre to Teresa Teng: Contemporary Cantonese Art in the 1980s)을 제작하여 중국 남부(광저우) 지역에서 벌어진 실험 예술에 관한 기록 영상을 남겼다. 2010년에는 이 프로젝트만을 위한 웹사이트를 런칭했는데, 여기에는 프로젝트에 관한 소개를 비롯해 일흔 여덟 개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공동으로 홍콩, 베이징, 상하이, 뉴욕에서 관련 행사를 기획하며 우훙(Wu Hung) 교수가 편집한 『중국 현대미술: 일차 기록들』(Contemporary Chinese Art: Primary Documents)을 출판하기도 했다.

지면 관계상 스페셜 컬렉션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 밖에도 이미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인 열다섯 개 이상의 스페셜 컬렉션 프로젝트를 온라인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필리핀의 저명한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로베르트 샤베(Roberto Chabet)의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품과 서신, 글, 전시 노트, 뉴스 스크랩 등을 기록한 〈샤베 아카이브 – 작가의 50년 활동을 포함하는 자료들〉(The Chabet Archive – Covering Fifty Years of the Artist’s Material)도 장기 아카이빙 프로젝트이다. 더불어 작가들의 활동 무대였던 〈오일 스트리트〉(Oil Street)를 기록한 프로젝트와 홍콩미술관과 협력하여 진행 중인 〈홍콩미술사 연구- 파일럿 프로젝트〉(Hong Kong Art History Research - Pilot Project) 등이 현재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일련의 자료를 온라인에 제공하는 것이 전 세계적 경향이기는 하지만, 아시아 현대미술과 관련해서 이런 규모의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AAA가 홍콩이 아닌 다른 국가의 기관 및 개인들과 협력하며 진행하는 이러한 리서치 프로젝트는 국가적,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르며 아시아 근현대미술에 필요한 지적 토대를 제공한다. 프로젝트의 기록들은 정적이고 정체된 항목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형성되며, 또한 미래의 연구를 위해 변화하는 관계의 일부로 제시된다. 그러한 방법론으로서 리서치 프로젝트는 기록과 보존, 주석을 다는 일뿐만 아니라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세미나, 대화, 심포지엄 등을 함께 개최하여 자료가 연구되고 해석되는 방식을 열어둔다. 따라서 이들이 추구하는 연구 플랫폼은 아시아 현대미술사가 쓰여지고 공유되는 방식의 수준을 높이고, 기존의 서구 시각에서 바라본 방법론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끔 한다. 한때 AAA의 리서처로 일하고 그들의 아카이브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지만, 여전히 AAA 웹사이트의 자료는 무궁무진하고 흥미로운 연구의 틀을 제시해준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한국 미술의 아카이빙 방법론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보려고 한다.

-이성희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아트인컬처]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어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의 한국 리서처로 일했다. 주로 현장을 기록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해왔다. 현재는 한국 미술관련 글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과 전시기획을 하고 있다. 2013년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여하여 2014년 <본업: 생활하는 예술가(Art as Livelihood)>(두산갤러리, 서울)를 공동 기획하였다. 프로젝트비아의 파일럿 프로젝트 지원에 선정되어 2014년 11월에 <오큐파이 무브먼트 이후_홍콩과 서울>(아트스페이스풀, 서울)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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