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4-20 13:53
[물성예찬]<4>예측불허 필카의 매력… “10년째 열애 중인데 속내를 모르겠어요”
   http://news.donga.com/3/all/20120330/45157943/1 [605]
아마추어 필름 카메라 모임 ‘플레이 그라운드’

《 ‘친절하지 않다’ ‘환경에 예민하다’ ‘종종 제멋대로다’ ‘속내를 알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중독성이 있다’…. ‘나쁜 남자’ 얘기가 아니다. 때로 애인보다 낫다는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이야기다. 엄윤주(33), 황병순(33), 최난희(32), 재유(30), 김이경 씨(29) 등 비슷한 또래 여성 다섯 명. 아마추어 필름 카메라 여행모임 ‘플레이 그라운드’의 회원들이다. 사실은 기자의 요청에 따라 즉석에서 지은 모임 이름이지만 이들이 2008년 함께 낸, 필름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책 이름이기도 하다. 》

“때로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아주고, 여러 개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선 애인보다 낫죠.” 엄윤주, 최난희, 김이경, 재유, 황병순 씨(왼쪽부터)가 전하는 필름 카메라 예찬이다. 이들이 각각 들고 있는 카메라는 로모LC-A, 홀가, 리코오토하프, 폴라로이드, 로모LC-A.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평생만족 69만원 라식라섹 [정보] 고혈압완치 알고보니 간단해!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외국 관광청 직원, 피부관리사, 출판편집인 등 직업도 다양하지만 모두들 10년 가까이 ‘필카’와 연애 중이다. 주말이면 여러 대의 필름 카메라와 수십 통의 필름을 가지고 국내외 곳곳으로 출사(出寫)를 떠난다.

○ 불편한 게 매력인 ‘인간적인’ 카메라 [화보] 엔초 페라리 박물관, 스포츠...

“양팔과 목, 어깨에 필름 카메라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녀요. 같은 피사체도 대여섯 대의 카메라로 찍어요. 필카를 잘 모르는 친구들은 도대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왜 그러냐고 묻죠.”(엄윤주)

필름 카메라 중에는 단종된 게 많아 구하기부터 어렵고, 일부 클래식 카메라는 수백만 원대를 호가한다. 필름 가격부터 현상·인화비까지 유지비용이 적지 않다. 방치하면 금방 고장 나기 일쑤다. 찍고 나서도 인화와 현상을 거쳐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

“기다리는 시간만큼 설레요. 필름은 빛과 시간, 날씨나 온도 등 주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인화 사진을 얻기까지 결과를 알 수 없어요. 때로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사진이 나오는데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추억을 얻는 기분이에요.”(재유)

색채의 왜곡이나 과장, 날림이나 그늘현상 등 필름 카메라의 기계적인 결함은 ‘필카만의 개성’이 된다. 황병순 씨는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이 따라올 수 없는 분위기와 감성을 담는다. 자로 잰 듯 빈틈없는 사람보단 조금은 모자란 듯한 사람에게 더 끌리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오감을 자극하는 점도 필카의 매력이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와인더를 돌린 후 공셔터를 날리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이들에겐 그 자체가 놀이다. “사진 찍을 때 들리는 각기 다른 셔터음 소리나 필름 특유의 화학약품 냄새도 디카가 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 오감으로 ‘교감’하고 정성을 배운다

‘디지털 세대’인 이들은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로 시작해 필름 카메라로 옮겨 왔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필름 카메라를 적게는 대여섯에서 많게는 20대가량 갖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카메라를 찾기 위해 팔고 사기를 반복했다.

처음엔 디카 찍듯 무엇이든 마구 찍던 이들도 이젠 ‘여름에는 푸른색을 잘 표현하는 후지필름을, 겨울에는 따뜻한 느낌의 코닥을 쓴다’는 등의 노하우가 생겼다. 일부 멤버는 흑백사진에 한해 직접 현상과 인화도 한다. 필름 한 통을 현상하는 데 한 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시간이 기록되는 과정을 눈으로 목격하는 듯한 신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한다.

‘나쁜 남자’ 같은 필카가 이들에게 남긴 것은 뭘까.

“찍을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으니 좀 더 신중히 셔터를 눌러야 하잖아요. 사물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되었죠. 나무도 하늘도 바람도, 계절에 따른 변화도 한층 깊이 관찰하게 되었어요.”(김이경)

- 동아일보 201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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