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1-16 11:05
"30년 수집 고미술품, 아낌없이 기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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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 사는 전업주부 김향(53) 씨는 30년가량 자비를 털어 한 점 두 점 고미술을 사들였다. 고미술에 관심이 많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고미술과 가까이했는데, 결혼한 뒤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한두 점씩 사 모으게 됐다. 1985년부터 그가 사들인 고미술 중엔 추사 김정희의 편지도 있고, 허련의 그림도 있었다.
지난 2일 귀하게 사들인 유물 50점을 아무런 대가없이 부산박물관에 내놨다. 유물의 감정금액은 2억 원가량.
부산 50대 주부 김향 씨
자비로 사들인 유물 50점
부산박물관에 쾌척
추사 김정희 간찰 등
감정금액 총 2억 원 달해
기증 유물 중엔 조선 후기 대표적 서예가인 추사가 지인에게 직접 쓴 편지인 '추사 김정희 간찰'도 포함됐다. 종이에 먹으로 쓴 편지는 가로 51.3㎝, 세로 22.8㎝ 크기다. 행서와 초서로 꾸며 추사의 필적이 느껴지는 귀한 유물이다.
소치 허련(1809~1892)의 독특한 회화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산수도, 김응원(1855~1921)의 묵란도를 비롯해 강세황, 신위, 이도영 등 조선 후기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주요 서화가의 작품도 함께 기증했다. 또 지금은 시중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1622년 제작 '마패', 다식판, 목어, 꼭두 같은 민속품, 청화백자모란접문병과 같은 도자기도 내놨다. 함께 기증한 일제강점기 관광상품으로 유통된 칠기소반과 나무떡살은 관련 학계의 연구 사료로 주목되는 자료다.
김 씨는 "어느 날 방송에서 제 또래로 보이는 분이 나와 '이젠 평소 하고 싶던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게 가슴에 와 닿았다"며 "지금 실천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평소 알고 지내는 부산공간화랑 신옥진 대표가 기증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기증하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기증이 아깝지 않을까? 그는 "정말 아깝다"고 했다. "80년대 중·후반 민락동 일대 고미술 판매점을 다니며 모으기도 하고, 경매를 통해 짬짬이 사 여태까지 모은 건데 안 아깝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기증하고 난 후에는 깨끗하게 잊어버리자 생각해 잊으려 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그가 기증하는데 부산공간화랑 신옥진 대표의 역할이 컸다. "기증 물품의 가치에 대해 모르면 자문 역할도 해주시고, 또 기증 물품은 꼭 좋은 것을 기증해야 한다고 누차 말씀하시곤 했어요. 아깝다고 생각하는 걸 기증하라는 말씀도 해주셨지요."
양맹준 부산박물관장은 "기증 유물의 내용도 알차지만, 자비를 털어 사들인 것을 아낌없이 기증했다는 게 무엇보다 값진 것"이라며 "내년 기증 유물을 따로 모아 전시도 하고 기증유물도록도 발간할 작정"이라고 했다.
부산시는 오는 16일 김 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 부산일보 20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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