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통창 너머 푸른 숲 전망
체험형 ‘과학 특화 도서관’ 주목
독서 공간 넘어 과학기술 기반
체험형 미래 교육 서비스 제공
12~19살 청소년 전용 공간 조성
지난 5월1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강동숲속도서관 정식 개관했다. 강동숲속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숲속에 들어선 도서관이다. 바깥의 푸르른 녹음이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며, 높은 층고의 개방감 있는 공간이 탁 트인 느낌을 선사한다. 연면적 4984㎡ 규모에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조성된 이곳은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과학 특화 도서관으로 조성됐다. 5월19일 발명의 날을 맞아, 자연 속에서 과학을 탐구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강동숲속도서관을 소개한다.
아이들이 감각적으로 책과 놀 수 있는 곳
지상 1층에는 유아자료실과 어린이자료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유아자료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아늑한 공간으로, 보호자와 바닥에 편안히 앉아 책을 읽거나 그림책을 골라볼 수 있다. 유아를 위한 맞춤형 디지털 콘텐츠도 마련돼 있다. ‘디지털 카드 동화’는 카드를 기기에 넣으면 동화를 들려주는 시스템으로,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유아도 책에 대한 흥미와 친밀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어린이자료실은 활동적인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도서관의 특성화 주제인 ‘과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벽면은 행성과 로켓을 형상화해 우주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곳곳에 과학적 호기심을 일깨우는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배치됐다. 증강현실(AR) ‘핑거스토리’ 기기를 활용한 그림책 체험, 직접 색칠한 그림이 디지털 스크린에 생동감 있게 등장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 색칠놀이,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손으로 직접 만지며 익히는 ‘플레이 코딩’ 교구 체험 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책만 읽는 전통적인 도서관의 경계를 넘어, 책을 매개로 배우고 움직이고 상상하는 생동감 넘치는 과학 놀이터 역할을 한다. 어린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성장 단계별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 도서 전시 ‘샛별 서재’도 눈여겨볼 만하다.
12~19살 아이들 위한 청소년 전용 공간
3층 청소년자료실은 강동구립도서관 중 최초로 조성된 청소년 전용 공간이다. 책꽂이마다 부착된 라벨에는 독특한 기호가 눈에 띈다. 도서관에서 자체 고안한 ‘T분류법’으로, 기존 십진분류법의 틀을 과감히 깨고 청소년의 관심 주제에 따라 ‘TA(꿈, 영감)’ ‘TB(취미, 취향, 트렌드)’ ‘TC(이야기, 스토리텔링)’ 등 감성적 키워드로 책을 분류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자아를 탐색하고, 또래와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된 것이다.
또한, 8가지 핵심 키워드를 케이팝(K-POP) 가사의 인상적인 문장과 연결해 서가를 구성했다. 예를 들어 ‘나, 정체성, 성장’ 주제에서는 아이브(IVE)의 노래 ‘아아 앰’(I AM) 가사 ‘소 댓 이즈 후 아이 앰’(So that is who I am) 문장이, ‘기후위기, 지속가능성’ 주제에서는 백예린의 ‘안티프리즈’(Antifreeze) 속 가사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가 서가 사인을 채운다. 영상제작실·편집실·디지털 드로잉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디지털 창작공간’도 마련돼 있다. 청소년 자료실은 평일에는 전 연령층에게 개방되지만 주말에는 12~19살 청소년 전용으로 운영된다.
자연과학 서적 배치 등 무한한 과학의 세계
강동숲속도서관은 ‘질문과 상상의 숲’이라는 슬로건 아래, 과학을 특화 주제로 삼고 있다. 단순히 자연과학 서적을 다수 배치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책과 기술을 통해 호기심을 키우고 스스로 탐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다.
시그니처 프로그램은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과 업무 제휴를 통한 과학전문 서비스다. 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에는 보물 같은 공간인 ‘과학자 최재천의 서재’가 있다. 도서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기도 한 최재천 교수가 기증한 귀중한 도서 1200여 권을 토대로 꾸며진 서가로, 생명 다양성과 생태학 전문 서적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지역주민 대상 과학 강연, 과학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과 연계한 공개 프로그램 등도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강동숲속도서관은 전국 도서관 가운데 처음으로 인공지능 교육 전문기관인 ‘엘지(LG)디스커버리랩’과 협약을 맺고 아이들이 놀이하듯 로봇 구동 원리를 익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층 ‘강의실 4’에서는 모듈형 로봇 ‘큐블렛’(Cubelet)을 활용해 인공지능과 로봇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단계별로 진행하며, 나아가서는 심화 교육 및 로봇 경진대회까지 개최할 계획이다.
이외에 종합자료실에는 동시대 ‘과학자들의 추천 도서’, 어린이 자료실의 ‘역사 속 과학자 이야기’ 등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특성화 큐레이션들이 준비돼 있다. 청소년 자료실에서는 청소년이 직접 참여해 책을 추천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과학 큐레이터 프로젝트 ‘과학이 궁금한 너에게’도 만날 수 있다.
문학존·음악의 숲·스페이스 담담
그밖에도 강동숲속도서관에는 영어원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어린이 영어 자료실’, 종합자료실 내 800번 문학 주제 도서들을 모은 공간인 ‘문학존’, LP청음공간과 함께 예술자료 및 관련 도서들을 페어링해 즐길 수 있는 ‘음악의 숲’, 웹툰 및 참고자료 등 열람전용 도서 독서와 강연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담담’ 등 다양한 공간과 창의적인 큐레이션이 알차게 구성돼 있다.
푸른 자연 속 독서는 물론 과학의 세계까지 탐구할 수 있는 강동숲속도서관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강동구통합도서관 누리집(www.gdlibrary.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강동구 구천면로 587, 문의 : 02-428-1711.
- 한겨레신문 2025.5.20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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