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10-22 12:57
장경문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 연구원 2009.12.03
지난 11월 14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는 “한국 근현대 미술/디자인과 자료”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조형연구소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미술아카이브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 각 분야의 전문가 6인의 발표로 구성되었다. 발표자들은 한국 근현대 미술자료의 분석 및 그것을 활용한 연구와 더불어 그 전체를 아우르는 미술 아카이브 자체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사와 그 자료에 관한 주제가 함께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종전에 주로 미술과 디자인 분야가 따로 논의되어 왔던 것에 비해, 미술아카이브라는 큰 틀 안에서 두 분야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6개의 주제 발표는 각각 1시간 정도씩 최태만(국민대학교 미술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표자 최열(미술평론가)은 ‘문헌고증방법론과 고희동 문헌 비판’에서 조선후기로부터 이어진 문헌비판과 고증방법론을 검토한 뒤, 그것과 대비시켜 기존의 고희동에 관한 문헌 고증방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현 미술사학계의 문헌 발굴에만 급급한 태도를 비판하며 문헌의 철저한 검증과 비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은 ‘미술자료 관리와 자료실 실태, 미술정보센터 설립’에서 다양한 형태의 미술자료를 분류하고 그것이 어떤 방법으로 수집, 관리되는지를 분석했다. 더 나아가 그는 현행 미술자료실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현대미술사 연구의 근간이 되는 수많은 자료의 기록과 보존을 위해 정부적 차원의 미술정보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인범(상명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은 ‘구술자료와 한국 근현대미술사 기술’에서 미술사 연구의 새로운 방법으로 구술사 혹은 구술자료의 가능성에 대해 다루었다. 발표자는 본인이 참여했던 구술채록사업을 상세히 소개함과 동시에 구술과 그 채록결과들이 미술사 연구의 한 방법론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함께 밝혔다.
이동천(서화감정가)은 ‘조선 서화 감정과 근거 자료의 운용’에서 미술작품의 감정은 기존의 미술사 관습에서 벗어나 1차 자료인 작품의 철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되어야함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의 명품 위주 미술사의 정당성을 위해서는 작품의 진위여부가 매우 중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관련 자료의 정확한 분석과 검토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암종(근현대디자인박물관장)은 ‘한국 근현대디자인사의 전개와 정리’에서 디자인박물관의 수집자료 및 기획전시를 상세히 소개하였다. 또, 디자인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지금껏 비교적 소외된 영역이었던 디자인 아카이브의 설립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김철효(Leeum 한국미술기록보존소 객원연구원)는 ‘국내 미술 아카이브 설립 시도 사례’에서 한국 내 가장 큰 사립미술관 재직 중의 미술 아카이브 사업 추진 경력과 과정들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각종 기록자료의 수집을 위해 국공사립 미술기관뿐만 아니라 국내 각 미술대학 중심의 아카이브 사업이 시행되어야함을 촉구했다.
각 주제발표가 끝난 후 정형민(서울대학교 동양화과 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진행되었다. 먼저 이순종(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이 이번 학술대회가 미술과 디자인이 함께 논의된 자리였다는 점에 높은 의의를 가진다는 전반적인 평가를 내린 후, 최은주(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관리실장)가 미술 아카이브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을 함으로써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여러 질문과 답변을 통해 얻어진 결론은 각 기관의 역할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미술아카이브 구축과 함께 이를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잘 준비된 발표와 주제에 대한 열의가 돋보였으며, 미술아카이브라는 새로운 학술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참신했다. 특히 마지막 발표자였던 김철효가 언급한 바와 같이, 국립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 미술아카이브 사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출발을 알리는 이번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통해 대학에서의 아카이브 사업이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날 발표와 토론 내용은 수정 및 보완을 거쳐 12월 창간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연구소의 학술지 『조형_아카이브』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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