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3-30 10:08
아카이브팀 신설, 대구 문화예술의 뿌리 쌓아간다… 다음달엔 ‘오픈형 수장고’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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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열린수장고 내 대구의 예술가 후손들이 기증한 자료들로 꾸민 ‘예술가의 방’에는 이점희, 이기홍, 이경희의 유품들이 오롯이 예술가들의 체취를 전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많은 나라들이 나라 차원에서나 개인 차원에서 방대한 자료를 축적해 그 자료들을 후세 사람들이 학문연구나 사업에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축적된 자료가 많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렇듯 ‘자료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는 불행하게도 수많은 외침과 전쟁으로 인해 귀중한 자료들이 불에 타고 망가지고 없어졌다.

근대 문화사에 있어서도 기록의 수집과 보관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여러 문화 영역에서 제대로 된 자료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구 문화예술 아카이브 팀이 출범한 이유는

대구에서 근·현대 문화예술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하는 ‘아카이브(역사적 가치 혹은 장기 보존의 가치를 지닌 기록이나 문서들의 수집 또는 이러한 기록이나 문서들을 보관하는 장소·시설·기관 등을 의미함)’ 사업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출발은 더뎠지만 지금은 순항 중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2월 ‘문화예술자료 운영·심의 위원회’를 구성해 그해 7월 문화체육관광국 직속으로 ‘문화예술아카이브팀’을 신설한 것이 시작이다. 그 이전에 몇번 움직임이 있었지만 조직과 인력 문제로 좌초됐다.

이후 아카이브팀의 근·현대 문화예술자료 수집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가 이처럼 아카이빙(아카이브를 하는 일)에 주력하게 된 것은 대구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음악)에 가입하고 대구사진비엔날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 굵직한 축제들을 추진하며 대구 대표 브랜드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구문화예술의 뿌리를 형성한 근·현대 문화예술 자료의 발굴과 수집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자각이 싹튼 것이 계기가 됐다.

특히나 오늘의 문화예술계를 일군 1.5세대 원로예술가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없는 상황에서 대구 문화예술의 뿌리를 ‘더 늦기 전에’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대구시는 2019년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추진단 신설 계획’을 수립하고 월간 ‘대구문화’ 발간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 3명과 추가 인력 3명을 우선 투입, 아카이브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갔다. 이는 ‘대구문화’가 대구시에 의해 1985년 창간된 문화예술정보 잡지의 역할을 하면서 35년간 지역 문화예술계 현장 소식과 예술인들의 활동 동향을 수록하며 책자 자체로 ‘아카이빙’ 기능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2019년 7월 대구시가 문화예술조례를 개정해 문화예술기관·단체별 ‘아카이빙’을 의무화 하고 2020년 2월 ‘문화예술자료 운영·심의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결실로 지난해 7월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직속의 ‘문화예술아카이브팀’이 신설됐다.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들은 어떤 것이 있나

아카이브팀의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자료 수집이 시작됐다.

그간 아카이브팀은 ▲원로예술인 구술 기록화 사업 ▲작고(생존) 예술인 소장 자료 기증 유치 ▲디지털 아카이브 사이트 구축 ▲문화예술아카이브 오픈형 수장고 조성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중 하나가 원로예술인의 활동 등을 구술로 기록하는 기술기록화 사업을 꼽을 수 있다. 현재까지 우종억·남세진·임우상·장영목(음악), 홍문종(연극), 권원순(미술평론), 김대한(영화), 김기전(무용) 등 8명의 작업을 완료했다.

구술기록의 영상은 6~8분 내외로 4월 중 대구시 유튜브 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를 진행하면서 각 예술인들이 소장한 예술자료를 기증받는 절차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향 초대 지휘자 이기홍, 오페라 운동가 이점희, 1세대 피아니스트 이경희, 연극인 이필동 등의 예술활동 자료를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음으로써 아카이브 작업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기증받은 주요 유물로는 1950년대 대구국립극장 팸플릿들, 피아노, 공연 사진, 1963년 번스타인, 카잘스, 피에르 몽튀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대구음악인들에게 보낸 축하와 응원편지 등이다.

월간 ‘대구문화’ 잡지 발행분들을 기본 자료로 축적해서 운영하고 있던 ‘디지털아카이브’ 사이트도 개편했다. 덕분에 ‘대구문화’를 비롯 대구예총이 1982년부터 발행한 ‘대구예술’, 대구미술관 소식지, 대구문화재단 소식지, 수성문화재단, 북구행복문화재단, 달성문화재단 등에서 발행한 소식지들도 검색·열람할 수 있다.


◇문화예술아카이브 오픈형 수장고 조성

현재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팀이 상주하는 대구예술발전소 3층 공간 일부는 ‘오픈형 수장고’로 조성됐다. 4월중 개관예정이다.

여기에는 작고예술인들의 기증 유물로 구성된 ‘예술가의 방’, 구술기록화 사업 결과물들을 볼 수 있는 ‘영상실’, 1901년부터 2020년까지 대구문화예술계의 주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연표가 그려진 ‘자료 전시공간’ 및 ‘열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일보. 박원수 기자.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