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출판사 재고도서 기증받아 내년 5월 파주서 열린도서관 개관
내년 5월 개관할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 디자인 세부안. 도서관 입구 벽에는 나무 형상으로 기증자와 기증 출판사의 이름을 새길 예정이다(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 로비가 도서관으로 변신하게 된다(아래). 출판도시문화재단 제공
25일 찾은 경기 파주출판도시의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3층 영상전시홀의 문을 열자 30만 권의 거대한 책더미가 보였다. 절판된 학술서적, 외국 고서적, 희귀 악보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24시간 문을 여는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에 뜻을 같이한 대학교수, 학자,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들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의 공용 공간 1만6500m²에 서가를 설치하고 학자의 서재나 출판사 창고에 잠자던 책 100만 권을 기증받아 내년 5월 지혜의 숲을 개관할 예정이다.
지혜의 숲은 문을 열기 전부터 학계에서 잔잔한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증받은 책은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진 서가에 꽂힌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기증자가 평생에 걸쳐 읽고 연구한 책을 보며 그의 지식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박원호 고려대 명예교수(동양사), 안상수 전 홍익대 교수(시각디자인), 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이 수천 권의 책을 내놨다. 박 교수는 “평생 중국을 연구하며 모은 귀중한 책을 함께 읽자는 취지에서 기증했다. 집이나 연구실에 쌓인 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료 교수들이 열린도서관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팔리지 않아 재고로 보관 중인 책을 기증했다. 그동안 팔리지 않은 책들은 창고에 쌓인 채 골칫덩이가 되거나 파쇄기에서 그 운명을 마감했다. 교보문고의 경우 한 해 3000만 부가 들어와 7%(210만 부)가 출판사로 반품된다. 재단 관계자는 “반품된 책이라도 출판사 이름을 건 서가에 꽂히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대표하는 귀중한 책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이미 민음사 사계절 창비 한길사 교보문고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재단은 내년 4월경 100만 권이 모이면 일반 시민을 초청해 직접 책꽂이에 책을 꽂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저자와의 대화, 24시간 책읽기 대회, 음악회도 구상 중이다. 이를 기획한 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한길사 대표)은 “새 책만 찍어내면 자원파괴지만 헌책이 순환하며 계속 읽히면 소중한 종이책의 가치도 다시 조명 받을 수 있다. 24시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파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동아일보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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