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센 강변에 자리 잡은 미테랑국립도서관. 책을 본떠 90도 각도로 펼친 듯한 네 개의 빌딩이 네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 누가 봐도 도서관임을 알 수 있다. 20층 높이 유리건물의 명칭은 각각 시간, 법률, 문자, 숫자. 결코 파괴할 수 없는 인간의 지식을 상징한다. 1988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멋진 현대식 도서관을 짓겠다고 한 약속에 따라 7년에 걸쳐 건설했다. 문화대국 프랑스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이곳은 파리의 관광명소가 됐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숱한 전쟁으로 수차례 불에 타 사라졌던 이 도서관은 2002년 재건됐다. 지중해를 향해 16도 기울어진 하얀색 원반형 지붕은 해시계를, 건물 일부가 물에 잠기도록 한 것은 바다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둥근 화강암 외벽에는 한글을 포함한 세계 120여 개 문자가 새겨져 있다. 유네스코 지원으로 세워진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도서관은 인류문명에 대한 헌사(獻辭)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도 규모는 작지만 이 건물들과 견줄 만한 도서관이 12월 12일 개관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에 들어선 국립세종도서관이다. 펼쳐진 책의 양 날개가 공중으로 살포시 들린 듯한 건물 외관과 길게 세로로 배치된 유리창이 아직도 포클레인 소리로 시끄러운 세종시에 문화적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한 이 건물은 그 이색적인 모습으로 벌써부터 세종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유일한 지방 분원(分院)이다. 세종시 특성에 맞게 공무원의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는 정책도서관을 지향하지만 어린이도서관 운영, 도서 대출 등 세종시민을 위한 공공도서관 역할도 일부 수행한다. 도서관은 인간의 지성을 상징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그러나 건물이 멋지다고 훌륭한 도서관은 아니다. 건물의 품격에 걸맞은 장서를 갖추고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살아있는 도서관이다. 도서관도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 동아일보 2013.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