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2-24 10:49
바닥은 따뜻, 창틀은 아늑 … 뜰 앞 나무도 책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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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2/24/13565099.html?cloc=ol… [688] |
서울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낡은 매점의 배려 깊은 변신
동네 협동조합서 운영 맡아
"누구든 머물고 싶어하는 곳"
도심에서 가까운 숲길을 산책하고, 그 숲에 자리한 도서관에서 책 한 권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따스한 봄 햇살이 그리운 창가에 앉아 차라도 한 잔 곁들일 수 있다면…. ‘소박한 사치’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서울 삼청공원 안에 자리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이하 숲속도서관)에선 이런 풍경이 날마다 벌어진다.
서울 종로구가 추진하는 열세 번째 작은 도서관으로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은 여러 면에서 ‘반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선 낡고 오래된 매점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카페가 있는 도서관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동네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북촌 인심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공간의 반전도 있다. 바깥에서 보면 마치 숲 속의 오두막처럼 아담한 규모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다. 천장과 넓은 유리창이 주변 자연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인 덕분이다. 도서관 어디에 있어도 숲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건축가에게는 건물이 지어질 장소가 굉장히 중요하죠. 숲속도서관은 아름다운 공원 안에 자리했다는 것만으로 설계의 절반은 돼 있었던 셈입니다.”
이씨는 삼청공원이 1940년에 지정된 우리나라 도시계획공원 1호라며 이런 역사적인 장소에 설계를 했다는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설명했다. 설계하는 과정에서 그가 끊임없이 머릿속에 그린 것은 친근하고 편안한 ‘작은 집’이었다. “새 건물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 나무들과 어우러지는 곳으로 짓고 싶었어요. 시공에는 어려움을 줬지만 도서관 주변의 나무들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였죠.” 바깥 벽을 흑색 벽돌로 마감하고, 지붕을 목구조로 만들고, 나무 재료를 많이 쓴 것도 친숙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건축가가 ‘따뜻한 창틀방’이라고 이름 붙인 창가 공간이다. 창틀을 넓게 확장해놓은 모습으로 바닥에 난방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가가 앞서 디자인한 부산 신선초등학교 도서관의 창틀 공간을 재현했다.
건축가 이씨는 “이곳이 서울 시내에 많은 또 하나의 카페가 아니라 도서관이 됐다는 것, 그리고 이곳을 동네 어머니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며 “숲속도서관이 작지만 많은 것을 발견하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는 정정아 북촌 인심 협동조합 이사장은 “우연히 들른 방문객이나 자원봉사 고등학생들 모두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한다”며 “벚꽃 피는 봄에 많은 사람이 찾아올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웃었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 중앙일보 201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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